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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이슈 시위와 파업

“10년 묵은 체증이 뻥 뚫린듯”…‘불법·비방’ 시위물품 철거, 일상도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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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청, 불법 설치물 철거
행정대집행, 쉽지 않은 결정
불법 시위품 심사 강화해야


매일경제

불법 시위 설치물 철거 전(왼쪽)과 후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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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면서 뻥 뚫린 것 같아요”

27일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사옥 인근. 길거리가 말끔해졌다. 10여년째 무분별하게 게시됐던 명예훼손성 현수막 등 불법 시위 설치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10여년째 시위중인 A씨가 설치했던 명예훼손 시위용 현수막, 불법 대형 천막, 고성능 스피커 등에 대해 서울 서초구청이 행정대집행(行政代執行)을 실시해서다.

행정대집행은 특정 단체 및 개인이 법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행정관청이 직접 또는 법률에 의해 제3자로 하여금 시설물 철거 등 의무 내용을 집행하는 행정 행위다. 행정대집행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단체나 개인이 부담한다.

A씨는 자신과 판매대행 계약을 맺었던 판매대리점 대표와의 불화 등으로 계약이 해지되자 기아에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해당 판매대리점 대표는 개인사업자로 기아와 상관없다. A씨 역시 판매대리점 대표와 계약을 체결했을 뿐 기아와는 관련없다. A씨의 기아 ‘원직 복직’ 요구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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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시위 설치물 철거 전(왼쪽)과 후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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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자신의 주장 관철을 위해 악의적 사실왜곡 또는 모욕적 표현을 담은 형형색색의 현수막과 띠지 등을 게시했다. 보행로를 가로막은 불법 대형 천막도 장기간 설치했다.

A씨가 부착한 수많은 시위 현수막은 옥외광고물법 상 불법 광고물에 해당한다. 지정된 게시대를 이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시위가 열리지 않는 심야시간대 등에도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았다.

사거리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늘어섰던 배너형 현수막들은 운전자 시야를 가려 차량은 물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받아왔다.

대형 천막 역시 관할 지자체의 도로점용 허가 없이 설치된 무단 적치물로 장기 거주, 취사 및 집회도구 보관 창고 등의 용도로 이용됐다.

천막에는 화재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 장비도 구비되지 않아, 대형 사고 우려도 제기됐다.

A씨는 또한 출퇴근 시간대 등 유동인구가 많은 시간에 고성능 스피커를 통해 가요, 인격모독성 발언 등을 여과 없이 내보내며 시민들과 기업에 피해를 입혔다.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 B씨는 “원색적인 표현이 가득한 현수막과 볼썽사나운 천막 등 어지럽게 널려 있던 시위 설치물이 정리되니 주변이 달라졌다”며 “시끄러운 소음으로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오랜만에 평온한 일상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에도 “현대차그룹 빌딩 주변에 매일 아침저녁으로 고성의 노래를 틀고, 난잡한 현수막과 텐트 등이 들어서 무법천지처럼 보였다”며 “구청의 원칙을 지킨 행정처분에 구민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타인의 기본권 보호 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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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시위 설치물 철거 전(왼쪽)과 후 [사진=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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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시위 설치물로 시민들의 기본권이 침해받고 있지만 관할 지자체 등 행정 당국이 선뜻 규제에 나서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인도는 천막 10여 동과 현수막 등으로 어지럽게 뒤덮여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모 호텔 인근에도 노조가 설치한 대형 천막이 보행로 절반가량을 가로막고 있지만 1년 이상 철거되지 않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개인이 현수막을 내걸고 수년간 노숙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법 규정에 따른 행정대집행을 한 뒤 철거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면 오히려 지자체를 상대로 정당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집회·시위의 자유는 보장하면서 불법 시위물품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의 집회·시위 신고 접수 단계에서부터 보행로 점거 대형 천막과 거친 명예훼손 표현이 가득한 형형색색 현수막 등 불법 시위 설치물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는 집회·시위를 개최하고자 할 때 옥외집회 신고서에 ‘준비물’로만 기재하면 현수막과 입간판, 스피커 등 시위 물품을 개수에 제한 없이 설치할 수 있다.

한 명이 수십 개의 현수막을 부착하거나, 보행로를 가로막는 불법 대형 천막도 사전 심사 단계에서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시위 도중 불법 시위물품이나 불법 행위가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에서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시위 신고와 별개로 확성기를 사용하려면 관할 경찰서장에게 별도의 소음허가를 받아야 하는 미국 뉴욕이 대표적 사례이다.

여러 날에 걸쳐 시위가 이뤄질 경우 시위 신고는 최초 1회만 해도 되지만, 확성기 소음허가는 매일 새롭게 받아야 한다. 만일 전날 시위 소음이 과도하거나 인근 주민의 불편이 초래되는 경우 소음허가를 받을 수 없다.

법조계 관계자는 “집회∙시위 신고 때 시위물품에 대한 사전 심사를 강화하고 실제 시위과정에서 불법 시위물품이 발견되거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적발되면 이후 집회·시위 접수 때 불이익을 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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