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비를 주지 않는 옛 연인의 얼굴 사진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미혼모가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A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A씨는 2021년 1∼2월 인천시 강화군 길거리에서 전 연인 B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B씨의 얼굴 사진과 함께 ‘양육비 지급하라. 미지급 양육비 1820만원’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세 차례 1인 시위를 했다.

A씨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인간들이 한심하다. 죗값을 좀 치러야 한다’며 B씨의 아내를 모욕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A씨는 B씨와 3년 넘게 교제하며 딸을 낳았지만 제때 양육비를 받지 못하자 이같이 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양육비를 받기 위한 행위여서 명예훼손의 고의나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B씨 아내와 관련한 댓글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판사는 “B씨는 공적 인물도 아니고 그의 양육비 미지급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명예훼손의 고의성과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했다. 댓글로 B씨 아내를 모욕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맥락 등을 보면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했다.

2021년 법원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온라인에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 운영자에게 벌금 1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원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판단이 달라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사적제재가 제한 없이 허용되면 개인의 사생활이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김명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