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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시위와 파업

"尹 퇴진" 민노총 총파업하는데...조용히 표정 관리하는 與,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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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머니투데이

민주노총 대전본부 조합원들이 3일 오전 대전시청 앞에서 총파업 돌입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부터 2주간 전국 120만 명이 참여하는 총파업 투쟁에 돌입한다./ 2023.7.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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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이하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하며 3일부터 2주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여당은 '정치 파업'이라며 규탄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번 파업이 오히려 여권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국민 정서와 동 떨어진 파업이라는 점에서다.

3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이날 산별노조인 서비스연맹의 특수고용직(특고) 노동자 파업 대회를 시작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 투쟁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주69시간제'로 대표되는 근로시간 개편, 건설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조 탄압, 노조 회계자료 제출 요구 및 과태료 부과, 집회·시위 금지 및 제한 등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규탄하며 정권 퇴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민주노총은 4일과 7일, 11일, 14일에는 오후 7시부터 전국 곳곳에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노총의 이번 파업을 '정치 파업'으로 간주하고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그 대응 강도는 다소 미온적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 대변인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노총 대규모 파업에 대해 "따로 논의된 바 없다"며 "노동계, 경영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해 오늘 발족한 노동위원회에서 논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지난해 말 민주노총이 화물연대 파업을 지지하며 나선 총파업에 나선 당시 국민의힘이 대대적인 강공 태세를 이어갔던 것과는 사뭇 달리진 분위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나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노총에 대한 반감이 큰 청년층을 중심으로 파업에 공감을 못하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익이나 근로 조건과 무관한 정치적 구호를 젊은층이 외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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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여론조사에서도 민노총의 강경 파업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드러났다.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0월 14일 ~ 1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노동조합과 파업에 대한 인식을 물어본 결과 노조활동에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45%로 긍정적(13%)이라는 응답을 크게 웃돌았다. 노동조합 활동에 비판적인 사람들 중 46%가 그 이유로 '노동조합에 소속된 자신들의 이익만 챙겨서'라고 답했다. 이 대답의 비중은 20대(18-29세)에서 62%로 특히 높았다. 이와 함께 '정치·사회 문제에 많이 개입하고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해서(22%)' 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포인트).

노조에 대한 반감은 지난 해 말 화물연대 파업에 정부가 강경대응할 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린 동력이 되기도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은 지난해 11월 셋째 주 29%까지 떨어졌지만 같은달 24일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윤 대통령이 강경대응으로 맞서자 반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1월 첫째 주엔 37%까지 올랐다. 이후 2월 둘째주 32%까지 하락했다가 윤 대통령이 건폭 노조 단속을 시사하자 긍정 평가 비율은 2월 셋째 주 다시 37%로 반등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기사에 활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당으로서 파업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치적 이해득실로 따졌을 때 파업이 더 이상 여당에 악재나 불리한 요소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민주노총을 심정적으로나마 지지하던 민주당 지지층이나 중도층도 정치 구호에 비판적으로 판단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국민의힘이 여론의 분위기를 살피며 소극적인 대응에 그치고 있는 건 이런 배경에서다. 김형동 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어하는데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파업도 아니고 정부 퇴진하라는 정치적 구호를 가지고 파업에 어떤 국민들이 공감하겠나"라며 "파업을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나라 현안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명분 없는 파업을 계속 정부가 대응하면서 받아줄 수 없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은 "근로조건 개선이나 노동 환경에 대한 파업이 아니라 정권 물러나라는 파업 조건을 정부와 여당이 어떻게 수용할 수 있겠나"라며 "이는 정치 집단, 정치 파업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고 국민적 지지를 얻기도 어렵다. 그렇다면 여당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전해서 이슈를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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