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것이 최고여~."

한복을 갖춰 입은 김일구 명창(84)이 5일 서울 삼청각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맛보기 공연으로 무대에 올라 "요즘 세대는 빠른 음악을 좋아하지만 우리 것은 우리가 아껴야 한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그는 이어 꽤나 현란한 가락의 가요 '목포의 눈물'을 가야금으로 연주했다. 국악을 현대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

이날 이왕준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은 "K팝과 영화, 음식, 클래식 등 우리의 문화적 역량과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공감받는 시기인 만큼 가장 결정적인 무기는 'K소리', 즉 전통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이 국악과 우리 판소리의 르네상스를 이뤄낼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올해로 22회를 맞는 국내 전통 음악 문화 축제다. 9월 15~24일 열흘간 전라북도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을 비롯해 전북 14개 시군에서 열린다.

특히 올해 축제에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혹은 보유자급 원로 명창인 김일구(적벽가)·김수연(수궁가)·정순임(흥보가)·신영희(춘향가)·조상현(심청가) 등 명창 5인이 꾸미는 역사적인 무대도 성사됐다. 평균 나이 82세인 이들은 5일간 연이어 총 20시간 동안 제자들과 함께 '국창열전 완창 판소리' 5바탕 무대를 이끈다. 춘향가 완창에는 5시간이 걸리고, 가장 짧은 흥보가도 약 3시간 분량이다. 특히 조상현 명창은 25년 만에, 신영희 명창은 20년 만에 해당 곡으로 완창을 선보인다.

젊은 소리꾼들도 가세한다. '라이징 스타 완창 판소리'에선 이봉근의 적벽가와 김율희의 심청가가 준비돼 있다. 공모로 발굴된 3명의 신예 한윤경·정윤형·이이화가 '청춘예찬 젊은 판소리' 무대에 오른다. 서양 음악과 한국 고유의 정서가 어우러진 무대도 이목을 끈다. 팬데믹 이후 '상생과 회복'을 주제로 열리는 개막공연에선 전주시립교향악단과 가야금 연주자 문양숙이 협주한다. 여기에 세계적인 바리톤 김기훈, 소프라노 서선영과 소리꾼 고영열·김율희도 출연한다. 조선시대 전각인 전주 경기전에선 강권순 명인(정가)과 이민주(하프시코드)의 협연,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이자 피아니스트인 김대진과 제자 박재홍의 포핸즈 연주가 펼쳐진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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