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가격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인 2018년보다 평균 28.4% 상승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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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밀값 하락을 근거로 식품업계를 압박해 소비자가격을 조정했음에도 외식업계 물가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일부 원재룟값이 하락한 건 사실이지만, 이미 누적된 손실이 상당해 가격 조정이 어렵다는 게 식당가의 목소리다.
8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지역 일부 상권을 중심으로 공깃밥 가격이 1500~2000원, 또는 2000원 이상으로 상향되는 추세다. 암묵적인 규칙이 있는 것처럼 전국 어디에서 1000원에 주문할 수 있었던 밥값마저 결국 오르는 것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쌀 20kg 도매가격은 지난 6일 기준 4만7560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5만7133원, 2022년 4만8565원에 이어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자영업자들은 쌀값 외 원재료 가격 상승 폭이 커 공깃밥까지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당별 주요 메뉴들 역시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품목의 가격을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결과, 지난 5월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5년 전인 2018년보다 평균 28.4% 상승했다. 작년 5월과 비교해도 6.9% 오르며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을 웃돌았다.
8개 외식품목 중 5년 새 가장 많이 가격이 오른 건 김밥이었다. 2018년 5월 2192원에서 올해 5월 3200원으로 46.0% 뛰었다. 그다음으로는 자장면 40.5%, 칼국수 30.9%, 김치찌개 백반 30.8%, 냉면 24.6%, 비빔밥 21.6%, 삼계탕 16.7%, 삼겹살 16.1% 순으로 상승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식당가 술값이다. 최근 주류기업들이 출고가를 동결했음에도 소주·맥주 가격이 병당 6000~7000원인 곳이 다반사다. 서울 강남과 광화문, 시청, 홍대 등 상권을 중심으로 인상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인카드 사용이 많은 여의도에서는 병당 9000원까지 올랐다.
외식업계에서는 쌀과 밀가루 등 일부 원재료 가격이 내리긴 했으나, 누적된 손실이 커 대표메뉴의 가격을 조정하긴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쓰이는 양이 적은 조미료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재료 가격이 이미 오른 데다 인건비와 관리비, 월세 등의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소주의 소비자가격이 6000원에 책정되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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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식당 겸 주점을 운영하는 50대 자영업자 A씨는 “쌀, 밀가루 2개 만으로 장사를 하는 게 아니지 않나. 가격이 내려간 일부 품목만 언급하며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손님들을 대할 때마다 힘들고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초 대표메뉴의 가격을 한 번 1000원씩 올렸을 때도 그야말로 난리였다”며 “직원들은 내보낼 수 있는 한 내보내고, 있는 직원들도 최소한으로 쓰면서 가족들과 내가 식당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1인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18년 398만7000명에서 지난해 426만7000명으로 30만명 가까이 늘어났다. 경제적 여력이 충분치 않은 자영업자들이 인건비라도 줄이고자 직원을 고용하는 대신 ‘나홀로 운영’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앞서 팬데믹 기간 외식시장이 직격탄을 맞았을 때 입은 피해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여기에 고물가 동향까지 이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진 소비자들이 식당을 찾는 일이 줄어 가격 인하는 꿈도 못 꾸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식당가에서는 오히려 주류 등 이윤이 많이 남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대표메뉴를 비롯한 식사·안주류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만큼 부족한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메우려는 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과 하반기 전망을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감소했다는 답변이 63.4%에 달했다. 또 40.8%는 3년 내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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