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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최태원 “미·중 갈등 생존전략으로 일본과 ‘제4 경제블록’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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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제주포럼 ‘경영 토크쇼’에서 제안

“저성장 같은 고질적 문제도 한번에 풀릴 것”

경영 전문가들 새 경영 패러다임 AI·ESG 꼽아

경향신문

14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대전환의 시대, 우리 기업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를 주제로 열린 ‘경영 토크쇼’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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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미·중 갈등 격화라는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국 주도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제4의 경제블록’ 구성을 제안했다. 지금과 같은 단일국가 중심의 소규모 경제로는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생존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은 14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대전환의 시대, 우리 기업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할 것인지’를 주제로 가진 대담에서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상시화될 수 있다. 국가라는 단일 개념에서 벗어나 생존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 대항할 수 있는 ‘메가 블록’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웃나라 일본과 우선 파트너가 되면 전체 7조 달러 시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이후 다른 아시아 시장과 또 협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이 어떤 룰을 강요하면 우리는 저항할 수단이 없다. 방어하려면 그들 사이즈 만큼 키워야 한다”며 “EU를 만든 지 20여년이 됐으니까 상당히 많은 시너지가 난다. 우리도 그 형태로 가야 한다”고 부연했다.

제4의 경제블록 구성을 통해 한국의 당면 과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저출산이나 저성장과 같은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들도 시각을 다르게 보면 전혀 다른 해법이 있다”며 “제4의 경제블록 속에서는 저성장 같은 고질적 문제들이 한꺼번에 풀릴 수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적 강요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담에 참석한 경영 전문가들은 현재 기업들이 당면한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공지능(AI)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을 꼽았다.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 박성현 대표는 “재무적 투자든 전략적 투자든 AI를 중심에 두고 패러다임 시프트(전환)를 해야 한다”며 “지금 스마트폰에 모두가 적응했고, 와이파이도 다 쓴다. 어렵지 않다. 반 발짝 먼저 적응하면 부가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문화 전문가 김영훈 대학내일 대표는 “주주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기업의 전통 목적에서 구성원, 협력사 등을 목적에 올려놓는 변화가 중요하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혁신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패러다임 변화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에 대응을 민첩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 회장은 “과거에도 변화는 항상 있었다. 지금과 옛날의 다른 점은 옛날에는 변화가 천천히 진행됐고 적응할 시간이 존재했다”며 “최근 변화는 급속도로 몇 개씩 한꺼번에 생긴다. 이게 닥친 현실이다. 적응력을 늘려서 서바이브(생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재용 서울대 교수도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신속하고 유연하게 적응하느냐는 차원에서 기업들이 전략적 민첩성을 강조하고 애자일 조직(조직의 경계를 허물고 기존 피라미드형 직급 체계에서 벗어나 필요에 의해 협업하는 자율적인 팀)을 얘기한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서 달라진 시대에 걸맞는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최 회장은 “회사(SK그룹)에 ‘C팀’이 있다. 여러 종류의 ‘C레벨(분야별 최고책임자)’이 한팀이 돼서 경영한다”며 “(각각의 경영 분야에서 책임을 지는) ‘멀티 회장(복수의 회장)’이 있어야 한다. (특정 분야를) 모르는 제가 다 배워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AI라는 새로운 기술적 도구가 중요해지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아는 기최고경영자(CEO)를 영입해 직접 책임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전권을 줘야 한다는 취지이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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