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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개선 필요" 한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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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됐다. 노사 모두 "고통받는 이들의 절규를 외면한 처사"라고 한목소리로 비판한다.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와 매번 법정 시한을 넘기는 상황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도 다양한 의견을 듣는 등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보다 240원(2.5%) 인상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한 19일 노동계와 경영계는 일제히 최저임금 결정 구조 변경과 최임위의 독립성을 위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임위에 참여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그간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해 온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등의 제도개선 조치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로 소상공인이 더 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도 "최저임금 결정 과정의 대표성 부족으로 일반 노동자나 대부분 기업의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지역별 생계비 차이가 감안되지 않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역시 실질임금 삭감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최임위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올해 최저임금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는 실질임금 삭감안이나 마찬가지"라며 "매년 반복되는 사용자위원의 동결, 업종별 차등적용 주장, 정부의 월권과 부당한 개입으로 사라진 최임위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정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자본과 부자 중심의 윤석열 정부의 정책방향이 그대로 관철됐다"며 "정부 편향 인사의 공익위원 자격문제, 노동자 위원에 대한 강제 해촉과 재위촉 거부, 언론을 통해 드러난 정부 고위인사의 9800원 발언과 경사노위 위원장의 1만원 이하 최저임금 발언으로 정부의 개입 정황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라고 비판했다.

머니투데이

권순원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이 19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15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9천860원으로 결정된 2024년도 최저임금 투표 전광판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2023.7.19/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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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공통으로 문제시하는 부분은 '결정 기준'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최임위 공익위원은 노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협약임금 인상률 + 소득분배개선분', '유사근로자 임금 + 산입법위 확대로 인한 실질임금 감소분 + 협상배려분 + 소득분배개선분' 등의 방법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왔다. 지난 2년간은 '경제성장률 + 소비자물가상승률 - 취업자증가율'로 다음년도 임금 수준을 결정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2년간의 산식은 다른 나라에서도 널리 쓰이는 방식인데 우리나라 최저임금 결정 구조의 문제는 기준 '확립'과 '적용'에 있다"며 "산식을 그대로 적용하지 않고 집권하는 정부에 따라 다른 기준을 중시하며 그때그때 달라지는 산식과 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취업자 증가율이라는 기준은 그대로 두면서 노사정 대화를 통해 소득분배개선분 등 추가로 적용할 기준을 확립하고 과도한 수치 적용을 방지하는 단서조항도 필요하다"도 덧붙였다.

한 전문가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이 명확해지면 현재의 최임위 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임위는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 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이 전문가는 "명확한 기준을 근거로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위원이 어떤 지표를 사용할 지 치열한 논의를 펼치면 일부 위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서는 일도 없을 것"이라며 "자연스레 법정시한을 넘겨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이 소모적 논쟁에 그치고 한계에 다달은만큼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고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사 합의 정신에 입각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현 구조에서 각자의 입장차가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최종 조율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각계각층에서 최저임금 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대화, 공청회, 전문가TF 등의 방식이 예상된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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