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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집값 바닥론에 늘어난 ‘상경투자’…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외지인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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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를 전후로 서울 아파트 주택 거래에서 외지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부동산업계에서는 외지인 거래는 실수요보다는 투기수요로 분석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3711건 중 즉 외지인이 매수한 거래는 925건(24.9%)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는 서울 외 지역 거주자가 구매했다는 뜻이다.

거래량으로는 2021년 7월(930건) 이후 1년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향신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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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구입은 정부의 ‘1·3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18.7%, 11월 22.1%였던 외지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35.9%까지 올라서며 2005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 비중은 다소 줄었으나, 1월 29.1%, 2월 25.2%, 3월 25.0%, 4월 24.7%, 5월 24.9%로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9개월 동안 외지인 매매거래 비중이 평균 18.7%였던 것을 고려하면 여전히 높은 수치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강남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거래된 강남구 아파트 1005건 중 외지인 거래가 119건이었으나, 올해 1~5월은 849건 중 21건이 외지인 거래였다. 비중으로는 11.8%에서 25.1%로, 13.2%포인트가 증가했다.

강남구 다음으로 외지인 매입 비중이 크게 늘어난 곳은 마포구로, 지난해 22.4%(322건 중 72건)에서 올해 34.8%(603건 중 210건)로 12.5%포인트 늘었다. 서울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주택가격이 높은 ‘상급지’ 위주로 갈아타기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외지인 매수가 실수요보다는 투자수요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다른 지역은 지역 내 거주자의 거래 비중이 높아진 반면, 서울 아파트는 외지인 매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통과했다는 기대감에 상급지에 ‘똘똘한 한채’를 매수하려던 가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도 “외지인들은 투기 수요 성격이 강하고 실수요보다 먼저 움직인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008년, 하우스푸어 사태가 극심했던 2012년처럼 주택 가격이 바닥이거나 바닥을 지날 때는 외지인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했다.

다만 박 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확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 시장은 아직 실수요 증가로 넘어가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거래량이 살아났다곤 해도 여전히 2018년~2020년의 절반 수준이라 본격적인 주택가격 상승기에 접어들었다고 속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지난 21일 발간한 ‘7월 월간 부동산시장동향’에서 “전국적으로 매매가격 하락폭은 개선되고 있으나 상승세로 반전됐다고 보기는 어렵고 여전히 하락세라는 의견이 우위”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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