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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서커스' 하듯 부동산투자? 집값까지 흔든다[박원갑의 집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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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2023.7.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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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부동산수석전문위원 = 일반적으로 주택시장에서 ‘변동성’은 가격의 상승이나 하락의 변동 폭을 의미한다. 변동성은 경제학에서 불확설성(uncertainly)을, 금융 경제학에서는 투자의 위험(risk)을 각각 나타낸다. 변동성은 국내외 경기 동향, 주택 수요 공급, 자금 동향, 투자 심리, 정부의 정책, 정보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아 나타난다.

변동성이 크다는 것은 외부환경 변화에 가격이 쉽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산이 그만큼 불확실성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변동성은 주로 실수요보다는 투기적 수요가 많을 때, 사용가치보다는 나중에 시장에 바꿀 수 있는 교환가치를 추구하는 수요가 많을 때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변동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부동산을 투자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일라(Haila) 핀란드 헬싱키기술대학교 교수는 투자의 목적과 투자의 시간에 따라 자선 바자형, 정글형, 조직형, 서커스형 등 4가지 투자 유형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우선 ‘자선 바자(bazaar)형’의 경우 투자자는 자신의 돈으로, 오로지 장기 이용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한다.

말하자면 현재의 사용가치에 따라 부동산을 소비하는 행위이다. 팔 때 가격이 상승한다면 행운으로 생각한다. 한적한 시골에서 거주할 목적으로 작은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을 짓는 것은 대표적인 자선 바자형 투자자가 될 것이다.

‘정글(jungle)형’ 투자의 주체는 딜러나 판매자이다. 투자의 목적은 시세차익보다는 임대료(지대)를 얻는 데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묶어둘 생각은 없다. 금융기관이나 연기금에서 도심 대형 오피스를 개발한 뒤 임대료를 받다가 나중에 매각하는 게 주요 정글형 투자자가 될 것이다.

‘조직(organism)형’ 투자에선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공공 재원을 자금으로 도로, 공원, 건물, 주택을 건설한다. 조직형 투자의 특성은 장기 이용 지향적이다. 개발이익이 생긴다고 해도 공공의 목적으로 재사용된다. 공공기관 주도의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 개발이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조직형 투자자다.

마지막으로 ‘서커스(circus)형’ 투자다. 시장 참여자들은 투기적 수요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장기적 운용 수익보다 단기 시체 차익을 추구한다. 투자의 원천은 내 돈도 일부 있지만 남의 돈이 더 많다. 서커스 공연장을 떠올려보자. 공연장은 한나절이면 족히 조립할 수 있다. 그리고 공연이 끝나면 금세 해체하고 새로운 관람객을 찾아 이동한다. 서커스형 투자세계에서는 부침이 심하다.

때로는 큰 행운을 잡는 장소가 되기도 하지만 엄청난 손실을 볼 수 있는 위험한 공간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서커스형 투자는 개발 예정지에서 치고 빠지는 땅 투기가 대표적이다. 분양할 때마다 견본 주택 앞에서 파라솔을 친 채 불법 영업을 하다가 분양 후에 곧바로 다른 곳으로 떠나는 ‘떴다방(무허가 이동식 중개업자)’도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비록 이동은 하지 않지만, 자본이득을 노리고 투자하는 아파트 갭투자도 서커스형 투자에 가까울 것이다.

4가지 유형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서커스형 투자다. 서커스형 투자자가 많을수록 부동산 시장에서 가격 변동성이 크게 나타난다. 투자 결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남의 돈까지 끌어다 투자를 했으니 가격이 내려가면 스트레스를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용가치 목적의 자선 바자형 투자자일수록 가격변동에 신경 쓰지 않는다. 나중에 되팔 생각보다 당장 지붕에 물이 안 새고 난방이 잘 되는 점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가격이 덜 오르지만, 위기가 닥쳐도 하락 폭이 크지 않아 굳건한 모양새가 된다. 자선 바자형 투자자는 평온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선 바자형 투자자만 되긴 어렵다. 하지만 극단적인 서커스형 투자자가 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격이 출렁일 때마다 좌불안석이기 때문이다. 적당한 선에서 절충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한번 자신을 되짚어보자. 나는 서커스형 투자자인가, 아니면 자선 바자형 투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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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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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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