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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천태만상 가짜뉴스

미 싱크탱크들 "최근 중국발 선거·안보구조 변화 노린 가짜뉴스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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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 IP주소서 계정 수천 개 만들어 선전선동
퍼시픽포럼 연구위원 "후쿠시마 오염수 의혹, 허위 정보"
한국일보

하와이 호놀룰루 소재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퍼시픽포럼. 퍼시픽포럼 홈페이지


"민주체제 국가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정보를 통제하는 공산체제 국가보다 허위조작정보 공작에 취약하다."

로버트 요크 퍼시픽포럼 연구위원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의 한 호텔에서 20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퍼시픽포럼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있는 외교정책 연구 전문 비영리 단체이다.

지난 11~22일 '인도태평양의 안보와 번영'을 주제로 한 미국 국무부의 기자견학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한 퍼시픽포럼과 동서문화연구소, 후버연구센터 등 주요 외교안보 연구센터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적성국의 허위조작정보(disinformation) 공작활동을 심각하게 보고 실태와 대응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었다.

요크 연구위원은 "중국과 러시아의 정보공작이 위험한 이유는 민주체제 국가들의 근본적인 안보지형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전개가 이뤄졌을 때 전자파 괴담이 마치 사실인 양 친중단체를 중심으로 유포된 것 또한 허위조작정보의 유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요크 연구위원은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보고서가 잘못됐다며 유포되는 정보 또한 국제사회가 합의한 규범체계를 위협하는 접근"이라고도 말했다. 최근 한국에서는 IAEA가 일본 정부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관련 의혹문건의 작성자는 아사카와 마사쓰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로 적혀 있는데, 외무성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장관을 포함해 아사카와 총재보다 기수가 위거나 나이가 많은 인물이 없다. 아사카와 총재가 공문을 작성하는 업무를 맡을 급도 아니다. 일본 외무성은 공식적으로 해당 문건이 허위라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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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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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 정부 산하 연구소인 동서문화센터 또한 중국에 의한 허위조작정보 피해를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수잔 크레이펠 연구위원은 "중국의 디지털 허위조작정보 공작이 활발해지면서 언론의 오보 위험도 늘었다"면서 "비판담론과 의도적으로 유포된 허위정보를 구분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와 중국, 이란 등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만 개에 달하는 계정을 만들어 가짜 뉴스를 유포하는 식으로 정치개입을 시도했다는 정보당국 발표가 이뤄진 이후, 적성국의 디지털 심리공작 유형과 피해를 분석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다. 국가정보국장실(ODNI)은 2021년 적성국의 악의적인 정보활동에 대응하는 조직인 해외악성영향센터(FMIC)를 설립했다. 국토안보부는 허위조작정보 관리 이사회(DGB)가 신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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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을 주 고객으로 둔 부즈 앨런 해밀턴 컨설팅 업체. 호놀룰루=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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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부와 정보기관 등을 주요 고객으로 둔 컨설팅 기업인 부즈 앨런 해밀턴 또한 데이터사이언스와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중국과 러시아 등의 허위조작정보 동향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위협분석그룹(TAG)의 셰인 헌틀리 국장은 "허위조작정보는 주로 선거 국면에 특정 IP계정에서 활동이 활발해지는 등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총선 앞두고 적성국 사이버 공작 본격화 가능"…학계 "방법론 연구도 안돼"


외국에 의한 허위조작정보 위협은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19일 백종욱 국정원 3차장은 국가사이버안보협력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총선 및 미국 대선 등을 앞두고 의식이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사이버상 영향력 공작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해외정보공작 유형에 대한 국내 연구는 아직 미진하다. 국정원 내 전담조직도 최소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가짜뉴스 신속 대응 자문단'을 꾸린 것에 대해 전직 국정원 관계자는 "IP추적 등 정보수사 기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형성된 담론과 악의적으로 유포된 허위조작정보를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허위조작정보 동향을 부수적으로 연구해 온 한 연구위원은 "한국은 허위조작정보를 특정하는 방법론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초당파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놀룰루=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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