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화·협의로 대안 마련하겠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주관으로 25일 밤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서 열린 추모 문화제에서 미사가 진행되고 있다. 서현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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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면서 서울광장 희생자 분향소 안팎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유족들은 서울시가 분향소 ‘이전’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이 장관 탄핵 기각까지 겹치자, 철거 압박이 더 강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26일 오전 11시 찾은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앞에는 유족 3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들은 전날 탄핵 기각 결정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듯했다. 고 이동민씨 아버지 성기(64)씨는 “그저 한숨만 나온다”며 “오롯이 위로받고 추모받을 수 있는 분향소에 와야 마음이 안정된다”고 말했다.
분향소는 희생자와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자, 사실상 마지막 남은 위로 공간이다. 하지만 이 장관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헌재 판단에 서울시가 분향소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지 않을까 유족들은 걱정하고 있다. 숨진 딸이 생각나 분향소를 찾았다는 한 유족은 “분향소가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곳인데, 상식 밖의 결정이 나와 무슨 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성기씨는 “분향소를 강제로 철거하려 하면 어떻게든 막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광장 분향소는 이태원 참사 100일째인 올해 2월 4일 유족 측이 급하게 꾸린 곳이다. 시는 설치 때부터 불허했고, 불법 시설물이라는 방침을 줄곧 유지해왔다.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두 번이나 보낸 데다, 광장을 무단 사용했다는 이유로 변상금도 부과했다. 서울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지하 4층)이나 서울광장 인근 건물 사무실로 추모공간을 옮길 것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시민 관심이 줄어든다”는 유족 측 반대에 부닥쳤다.
서울시는 여전히 현 위치는 분향소 장소로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강제철거 움직임이 뚜렷했던 초반과 달리 유족과 지속적 대화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 한 공무원은 “적법 절차를 거친 분향소가 아니라는 점엔 공감하고 있으나 섣불리 철거 작업에 돌입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처리 방안을 계속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유족들이 내세우는 자진철거의 조건은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과 충분한 추모, 두 가지다. 이정민 10ㆍ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힘들어도 분향소를 유지하는 건 단순히 추모 공간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진상규명이나 재발방지를 약속받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참사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자진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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