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스쿠프는 '기금 소진된다는 2041~2055년 투자금 572조원의 알 수 없는 향배(통권 555호)'라는 기사를 통해 국민연금 기금의 회수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투자금 규모가 너무 큰 탓에 적절한 회수 계획이 없다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었다. 주목할 대목은 기금 회수의 맹점을 따지다 보면 더 많은 의문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더스쿠프 視리즈 '국민연금 고갈론의 모순' 마지막편이다.
[※참고: 국내 미디어가 국민연금 적립금이 줄어드는 문제를 다룰 때 '고갈'이란 단어를 사용하지만 공식 용어는 '소진'이다. 그래서 이번 기사에선 '소진'으로 용어로 통일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목에선 '고갈'을 그대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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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금을 못 받는 것 아니냐" "믿었던 국민연금에 배신당했다"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가야 한다"….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숱한 우려와 비난, 주장엔 공통된 전제가 있다.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이하 기금)이 없어지면 안 된다는 거다. 이 기금을 통장에 넣어둔 저금처럼 인식하고 있어서다. 수십년간 넣은 저금이 사라진다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기금을 '저금'쯤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과연 합리적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국민연금제도는 일정 기간 후 기금이 소진된다는 걸 전제하고 만들어졌다. 다만 가입자 수 증가, 기금운용을 통한 수익 창출, 연금 보험료율 인상과 연금급여액의 소득대체율 인하 등으로 소진 시점을 지속적으로 연장해왔을 뿐이다.
기금 소진이 예정된 것이었다면 정부와 국민연금공단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 당연히 기금 소진 이후를 대비하는 거다. 예컨대, 기금이 소진되면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한해 걷어 한해 나눠주는' 부과방식으로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하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을 적극적으로 한 정부는 사실상 없다. 1988년 3%였던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1993년 6%로, 1998년 9%로 오른 이후 단 한번도 오르지 않은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어차피 기금 소진은 미래에 일어날 일이고, 보험료율 인상은 당장의 선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해야 할 일을 후대에게 미루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뒷사람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커진다. 더스쿠프가 '기금 소진된다는 2041~2055년 투자금 572조원의 알 수 없는 향배(통권 555호)' 기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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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재정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2041년부터 2055년까지 완전히 소진된다. 다만, 기금 소진은 곳곳에 투자된 기금의 회수를 전제로 한다. 국내 기업들에 투자된 투자금만 수백조원이다. 이 투자금을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고 14년 안에 회수하기란 쉽지 않다. 적절한 회수 계획이 필요할 것 같은데, 정부와 공단에는 그런 계획이 사실상 없다.'
기금의 덩치가 커진 탓에 기금 회수에 따르는 위험성(리스크)도 커졌는데, 정부와 공단은 기금이 소진된다고만 할 뿐 기금을 회수할 때 발생할 리스크를 관리할 계획은 수립하지 않았다는 거다. 중요한 건 이런 기금 회수 리스크를 따지다 보면 지금껏 생각해보지 못했던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의문에 직면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기금과 근본적인 의문들
특히 공단의 기금 투자 현황대로라면(채권투자나 대체투자 등) 기금은 다양한 정부 정책사업에 활용되는 측면이 강하다. 쉽게 말해 기금을 정부나 정치인의 쌈짓돈으로 활용한다는 건데, 실제로도 그런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공단의 국채 보유액이 145조원이 넘는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기금을 유지하거나 더 늘려야 혜택을 보는 이들은 어쩌면 국민이 아니라 정치인일 수도 있다.
둘째 의문은 기금 운용을 통해 발생한 수익이 과연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이익으로 직결되느냐다. 예컨대 공단이 투자한 채권투자의 수익을 떠받치는 건 바로 국민이다. 정부나 공기업이 빚을 갚으려면 재정을 투입할 수밖에 없어서다. 공단의 국내주식 투자 수익을 보전해주는 주체 역시 국민이다. 공단의 매물을 받아내는 이들 중엔 국민연금에 가입한 국민이 적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셋째 의문은 기금 소진 이후 국민연금제도를 어떻게 꾸려갈지 방향성을 갖고 있느냐다. 현재 공단은 최대한 기금 소진을 늦추되, 보험료를 그때그때 걷어 바로 연금급여로 지급하는 방식(부과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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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30년 후에 닥칠 기금 소진 얘기는 수시로 꺼내지만, 부과방식으로의 전환 논의를 펼쳐놓는 덴 소극적이란 점이다. "기금이 소진돼도 연금급여는 계속 지급될 것"이라는 공단의 말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 이유다.
지금 정부와 공단에 필요한 건 기금이 언제 소진된다는 공포론이 아니다. 기금 소진은 당연한 것이라는 전제하에 '보험료율을 서서히 올려야 한다'거나 '정부 재정을 투입할 수도 있다', 혹은 '세금을 더 걷어야 할지 모른다'는 식의 솔직함, 이 솔직함에 따른 우려와 반발을 걷어낼 인구정책과 노동정책이 긴요하다. 현 정부는 과연 기금 소진 후의 일에 관심을 갖고 있을까.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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