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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1000원 소주' 등장? 대형마트 '반색' 자영업자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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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할인 판매 허용…유통업체, 집객 효과 기대
"술은 박리다매 어려워" 음식점 등 인하 한계 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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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주류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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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음식점과 마트 등 소매점에서 소주와 맥주 등 각종 주류를 공급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길을 터주자 업계에선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린다. 마트와 주류 제조사들은 새로운 마케팅과 매출 증대의 기회가 될 것이란 긍정적 반응이 많지만,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현실을 모르는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28일 한국주류산업협회 등 5개 주류사업 관련 단체에 "식당, 마트 등 소매업자가 소비자에게 술을 구입가격 이하로 팔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경쟁자를 배제하기 위한 염가(덤핑) 판매나 거래처에 할인 비용을 전가하는 부정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할인 판매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

현재 주류 제조사는 소주 1병을 도매상에 1100원~1200원대(세금 포함)에 납품한다. 도매상은 여기에 유류비, 운송비, 인건비, 운영비, 마진 등을 더해 약 25% 높은 1400원~1500원을 받고 마트와 주점 등 소매점에 공급한다. 이렇게 공급받은 소주는 마트에선 약 1500~1600원, 음식점에선 4000원~6000원 선에 판매해 왔다.

이번 국세청의 유권해석을 적용하면 앞으로 마트와 음식점 등에서 덤핑 등 부정행위가 아니라면 소주, 맥주 등 각종 주류를 1병당 1000원 이하로 팔아도 불법이 아니다.

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정부 방침을 반기는 분위기다. 이마트 관계자는 "소주 등 주류는 오프라인에서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을 통해 할인판매 여지를 넓혀주면 마트 집객 측면에선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관계자 역시 "주류 원가 이하 판매가 명확화되면 마트가 자체적인 할인 이벤트 등을 통해 운용의 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류 가격 할인을 적용해도 '1병당 500원' 같은 파격적인 할인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요층이 많은 소주 등 주류는 할인 폭이 과도하면 매장 방문자가 늘어도 되레 손익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정 수준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주류 제조사들도 긍정적인 반응이다. 한 대형 주류사 관계자는 "출고가는 변동이 없기 때문에 마트와 음식점에서 자유롭게 할인 판매하면 출고량이 늘면서 매출도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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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주류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횟집을 30년간 운영한 윤 모 씨는 "소주는 1병당 1450원, 맥주는 1병당 1550원에 들여오는데 5000원에 판매 중"이라며 "술 가격이 저렴해진다고 2병 먹을 사람이 10병 먹지 않는다. 술은 시킬 수 있는 양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박리다매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횟집 메뉴나 안주는 한두 개를 시킨 뒤 추가하지 않으므로 가장 많이 남는 품목인 술을 구매가보다 싸게 팔면 업주는 손해인데 누가 그렇게 하겠나"라고 덧붙였다.

서울 시내에 3곳의 주점을 운영 중인 30대 진 모 씨는 "서울에선 보통 술값을 들여온 것보다 3배 정도 올려 받는 '3배 치기'란 말이 있는데 그래야 월세, 식자재비, 직원 월급 등을 제외하고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술을 싸게 팔면 안주나 다른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손님들이 느끼기엔 조삼모사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유예림 기자 yesr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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