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시스트'로 퇴마물 양산 이끌어
'프렌치 커넥션'으로는 오스카 작품상

7일 숨진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2013년 8월 제70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평생공로상을 받은 후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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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 역사상 최고의 공포물 중 하나로 꼽히는 ‘엑소시스트’(1973)를 연출한 윌리엄 프리드킨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8세.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은 프리드킨 감독이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벨에어 자택에서 심장 이상과 폐렴으로 숨을 거뒀다고 이날 보도했다.

1935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프리드킨 감독은 1970년대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 명이었다. ‘엑소시스트’는 세계 여러 영화 전문지가 종종 꼽는 최고 공포영화로 유명하다. 한 소녀에게 침투한 악령에 맞서 싸우는 가톨릭 신부들의 퇴마 과정과 희생을 그려 많은 관객을 떨게 했다. 보는 이의 심장을 옥죄는 연출과 다양한 특수효과로 각광받았다.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하며 이후 퇴마를 소재로 한 유사 영화와 드라마가 쏟아졌다. ‘엑소시스트’는 공포영화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고인은 마약 밀매 조직을 쫓는 한 뉴욕 경찰의 고투를 그린 ‘프렌치 커넥션’(1971)으로 1972년 오스카 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0년대 명감독 중 한 명이었으나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지는 않았다. 고교 졸업 이후 시카고 지역 방송사인 WGN-TV 우편실에서 일하며 방송 이력을 시작했다. 1965년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옮긴 후 ‘굿 타임스’(1967)로 감독 데뷔를 했다.

‘엑소시스트’와 ‘프렌치 커넥션’을 내놓으며 1970년대를 호령했으나 1980년대 들어 이력이 급전직하했다. 영화 연출은 지속했으나 눈에 띄는 작품들을 만들지는 못했다. 동명 연극을 바탕으로 최근 완성한 ‘바운티호의 반란’이 30일 개막하는 제80회 베니스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