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3 (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나 카이스트 나왔다, 넌?” 갑질 학부모 쓴 책 별점 테러 당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학부 아닌 경영대학원 자퇴 이력에 누리꾼들 비난 이어져

학부모, 블로그에서 사과…“교사 단순 피해자 아니다” 주장도

헤럴드경제

지난 10일 오전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교권 회복 및 보호를 위한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 공동주최 토론회’에서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단체가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앞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명문대 카이스트를 나왔다며 임신 중인 유치원 교사에게 폭언한 학부모가 온라인 상에서 신상이 알려지자 해당 일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이후 누리꾼들은 이 학부모가 작가로 활동하며 쓴 책 서평에 최하점을 주는 ‘별점테러’를 이어갔다.

학부모 A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지난 15일 “죄송합니다. 4년 전 제 언행이 경솔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16일 현재 A씨의 블로그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A씨가 언급한 4년 전 언행은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태가 학부모들의 갑질 폭로와 교권 보호 대책 요구 등 사회 문제로 번지면서 불거졌다.

헤럴드경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공립유치원 교사 B씨는 최근 경기일보와 인터뷰에서 4년 전 지도했던 유치원생의 어머니 A씨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며 녹취록과 문자를 공개했다. 녹취록에서 A씨는 “당신 어디까지 배웠어요 지금? (내가) 카이스트 경영대학 나와가지고 MBA까지 그렇게 우리가 그렇게 했는데 카이스트 나온 학부모들이 문제이냐고. 계속 이딴 식으로 해도 되는 거예요 정말?”이라고 따졌다.

B씨는 “이게 다가 아니다”며 A씨가 시도 때도 없이 문자를 보내고 “하루에만 28건의 문자가 쏟아진 날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의 요구를 받아주지 않자 아이가 교사에게 맞았다며 트집을 잡기도 했다.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B씨는 극단적 선택도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헤럴드경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B씨는 “내가 죽든 네가 죽든 한번 해볼까 약간 이런 생각도 들고 그런데 그럴 수도 없는 거다. 가족이 있고 지켜야 되는 애가 있으니까”라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B씨는 혹시나 A씨가 아동학대로 고소할 것에 대해 대비해 수년 간 녹취록과 문자 메시지를 보관해오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자 용기를 내 4년 전 일을 공개했다.

A씨의 언행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신상을 뒤졌고, 온라인에는 A씨가 육와와 교육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며 책도 출간한 작가라는 이야기가 퍼졌다.

헤럴드경제

[온라인 서점 사이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 소개 글에는 “언론과 국제학을 전공하고 베트남에서 2년간 봉사 활동을 하고 온 대한민국 태생의 엄마. 엄마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보고자 KAIST 경영대학원 SEMBA과정에 입학하였으나 출산으로 1년 만에 자퇴했다”라고 적혀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A씨 블로그에 “카이스트 공대도 아니고 경영대학원 들어가서 무슨 유세를 그렇게 하냐”, “OO대라는 곳이 있냐? 그런 사람이 감히 그 치열하다는 유치원 임용고시 통과한 사람을 무시해”라는 등 비난 댓글을 달았다.

헤럴드경제

[온라인 서점 사이트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A씨는 “죄송합니다. 4년 전 제 언행이 경솔했습니다. 학부는 OO대 언론학, 국제학이고,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서울캠퍼스)는 자퇴생입니다. 대전 KAIST와는 무관합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누리꾼들과 4년 전 일을 두고 공방을 하다가 “죄송합니다만 그 교사는 죽지 않았습니다. 서이초 교사가 아닙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키우고, “해당 교사도 당시 아이 친구들, 아이, 교사, 교직원 있는 앞에서 저에게 윽박지르고 소리를 질렀다. 언론 기사에도 피해자 피해자 그러는데 단순 피해자가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만 A씨는 “법적인 내용은 법적으로 처리하고 그 이후에 성찰을 다시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10일 동안 지속적으로 성찰의 마음으로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누리꾼들은 신상 털기에 그치지 않고 A씨가 출간한 책 서평에도 “제목의 역설이 주는 이 시대의 슬픈 자화상 ”, “혹시 이 작가분 그 분 맞는 지”, “인간에 대한 기본적 믿음과 신뢰를 외면한 슬픈 서사”, “덕분에 위선을 배웠다” 등의 리뷰를 남겼다. 16일 오전 현재 A씨 책 평점은 주요 온라인 서점 사이트에서 10점 만점에 2점대를 기록 중이다.

jshan@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