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또다시 존폐 위기에 몰렸다. 2021년 3월 직원 땅 투기로 물의를 빚은 지 2년 반 만에 아파트 철근 누락 사태가 터지면서다. 여기에 사태 수습 과정에서 조사와 보고, 통계 누락까지 드러났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강하게 'LH 혁신'을 주문한 만큼 다시금 해체 수준의 조직 개혁이 논의될 전망이다.
16일 국토교통부와 LH 등에 따르면 LH는 최근 △리스크 중심 내부통제 체계 개편 △공공주택 품질 혁신 수요조사 △사업·재무전략에 기반한 LH 조직·인력 설계 연구용역 등 총 3건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입찰 마감일이 모두 이달 중순까지인 '긴급 용역'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건설 이권 카르텔 타파'를 고강도로 요구하고 있는 데다 철근 누락 사태로 LH가 국민적 불신을 받는 상황을 고려해 외부 기관을 통해 조직 개혁 작업에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LH가 제시한 혁신의 큰 방향은 조직의 권한과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작고 강한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한준 LH 사장은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LH의 권한이 조직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며 "권한과 조직을 축소해 작지만 강한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이른바 'LH 땅 투기 사태' 당시 정부와 LH는 전체 인력을 2단계에 걸쳐 20% 이상 감축하는 내용을 담은 혁신안을 발표했다. 2020년 9683명이던 LH 임직원 수는 이후 2021년 8979명, 2022년 8951명, 올해 8885명으로 3년간 798명(8.2%) 줄었다. 하지만 20% 감축 목표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택지개발과 주택공급, 주거복지를 제외한 불필요한 업무를 모두 민간이나 지자체에 이관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지난 2021년 논의됐던 혁신방안에서도 조직 분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당시 혁신안에는 개발 정보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공공택지 입지 조사 업무를 국토교통부로 회수하고 타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민간이 수행 가능한 기능은 과감하게 축소·이양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 또 LH를 모자 회사 형태로 재배치하는 수직·수평 분리 방안, 토지와 주택·주거 복지 업무를 별도 분리하거나 주거 복지·개발 사업 부문을 동일한 위계로 수평 분리하는 방안 등이 언급됐었다.
당장 LH의 업무 중에서 떼어낼 수 있는 업무는 주거복지 분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H에서는 600여 명이 주거급여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한준 사장은 지난 11일 "업무를 하는 기관에서 어려움을 토로해 현재까지 이관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와 협의해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말했다.
주택공급 업무도 LH가 직접 수행하기보다는 민간 참여 방식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이 아닌 공공분양주택의 경우에는 현재 활용하고 있는 민간 참여 사업 방식을 더 확대해 LH의 권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고질적 병폐로 지목되던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선 자체 설계와 시공 권한을 줄이고 감리 기능을 떼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LH 직원이 업무상 전관들과의 접촉을 원천 차단하거나 건설 업계에 LH 출신 명단 제출을 받는 방안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인적 쇄신과 구조조정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LH 조직 문화 자체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LH 혁신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제도와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LH의 조직문화를 먼저 바꿔야 한다"며 "사안에 따라 회사에 끼친 손해에 대해서는 구상권을 청구하는 등 강력한 처벌과 감시 시스템을 갖춰 책임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또한 LH는 설립 취지에 맞게 그동안 해왔던 관료조직이 아니라 기술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민간에 도급을 주는 것을 금지하고 LH 직원들이 직접 설계를 하고 시공 과정을 직접 감독하는 체계로 바꿔 활동성이 강한 소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김윤섭 기자 angks678@ajunews.com
- Copyright ⓒ [아주경제 ajunews.com] 무단전재 배포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