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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교권 추락

임태희 "학생 인권과 교권 서로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 아냐. 균형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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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인터뷰]
"학생 권리 보장하면서 책임, 한계 규정할 것"
최근 교권 침해 원인… "인성교육 소홀" 진단
한국일보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잇따르는 교권 침해 논란에 대해 교권을 존중하지 않는 인식 때문이다라며 교사 혼자 그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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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과 교권은 서로의 권리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지난 21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에서 만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힘줘 말했다. 3선 국회의원에 이어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장을 지낸 뒤 한경대 총장으로 있던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경기교육감 자리에 올랐다. 진보교육감 시대의 상징물이었던 9시 등교제를 학교 자율로 전환하고, 학생 인성 교육을 확대하는 등 지난 1년간 교육 현장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지난달 서이초 교사의 사망 사건으로 교권 침해 논란이 거센 가운데 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개정 작업에도 적극 앞장서고 있다.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돼 교권이 상실됐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는 “학생 인권을 뺏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학생 권리는 보장하되 책임과 한계를 규정하려는 것”이라며 학생 인권과 교사 권리의 균형을 강조했다. 다음은 임 교육감과 일문일답.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에 나섰는데.

“인권조례에 담긴 학생의 권리를 축소하려는 게 아니다. 학생 개인의 권리 보호에 힘이 집중되면서 다수 학생과 교사 권리가 위축돼 교육 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 학생 권리는 보장하면서 책임과 한계를 규정하려 한다.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내용을 새로 담겠다. 학생이 교직원의 교육활동과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할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책임지는 방안을 규정할 방침이다. 교사가 교육활동 방해 학생에 대해 분리조치 등 수업권을 행사하는 내용도 신설한다. 포상, 상담, 주의 등 학생을 교육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넣는다. 연내 개정할 것이다.”
한국일보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지난 6월 26일 도교육청 아레나 홀에서 열린 학부모 소통 콘서트에서 학부모들이 써낸 의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경기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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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을 세우기 위해 학생 인권을 빼앗고, 학생 인권을 찾기 위해 교권을 빼앗는 건 온당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교권 보호와 학생 인권은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관계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다만 학생 인권을 존중한다고 해서 교권이 추락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의 학교 현장은 그렇게 돼 가고 있는 측면도 있다. 학생의 권리를 보장하되 자유와 권리, 한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

-교권 침해 원인을 진단한다면.

“근본적으로 인성교육이 소홀해진 데 큰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과거 대가족 기반의 지역 공동체 시대에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졌지만, 최근 가족과 주거 형태가 달라지며 인성교육은 어려워졌다. 나의 권리가 소중하면 타인 권리 역시 존중해 주는 인식이 필요하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학생의 인성을 길러주는 수업을 도입해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교사 교육활동 보호 대책을 내놓았는데.

“당장 2학기부터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들을 보호하는 제도 시행에 들어갔다. 학부모 민원은 ‘개인 대 개인’ 방식이 아닌 ‘개인 대 기관’ 방식으로 바꾸겠다. 교사와의 전화 통화나 면담은 사전 예약을 통해 날짜를 조율하도록 했다. 상담실에는 녹음·녹화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는 비공개하고 근무시간 외에 연락하는 것도 제한하겠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지원단도 꾸렸다. 첫 사례로 18일 여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3명이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된 사건에 자문변호사를 투입했다.”

-앞으로 어떤 교육정책을 펼 것인가.

“교육은 정책 브랜드보다 본질,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다. 교육감이 바뀌면 사라질 정책보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우는 교육 본질에 집중하겠다. 교사와 학생 모두 행복한 교육현장의 환경과 시스템을 만드는 게 바로 지속 가능한 교육을 만드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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