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교사와 학생을 위한 교육권 확보를 위한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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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서초구에서 한 초등학교 교사가 숨진 이후 교권 침해 문제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미국에서도 교사들이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현지시간) 최근 미국에서 학생 폭력과 부모의 압박, 정치적인 공격 등으로 교사들이 고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메릴랜드주의 한 학교에서 특수교육 사회과목을 가르치던 교사 타일러 존슨은 학생들이 싸우는 것을 말리다가 얼굴에 주먹을 맞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그간 학교에서 동성애 혐오, 인종 차별적 비하 발언에 시달리기도 했다.
존슨은 “내가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했고, 인정받는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며 “학생과 학부모는 교사에게도 감정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러한 문제로 결국 학교를 옮겼다.
20년 넘게 교사로 근무한 워싱턴DC의 한 베테랑 교사도 얼마 전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한 학생의 친척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는 “우리는 가르치는 것이 두렵고, 일을 하기가 두렵다”며 “부모들이 언어적, 신체적으로 점점 더 많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는 한 교사가 학생의 흉기에 찔리는 일도 발생했다.
미국의 교사들은 이같은 수업 방해, 소란, 학부모의 괴롭힘, (정치적) 검열 등에 대한 불안한 마음으로 여름 새학기를 시작하고 있다. 싱크탱크 랜드연구소의 조사 결과 교사의 26%가 신체적·언어적 폭력, 교내 총격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신변의 안전에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들은 이 때문에 학교에서 교육에 전념하는 것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이 폭력적인 학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다른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 적은 시간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부 교사들은 교권 침해가 증가하면서 아예 학교를 떠나고 있다.
교권 침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진 원인 중 하나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심화된 학생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꼽힌다. 실제 코로나19 창궐 이후 공립학교의 80% 이상에서 학생들의 행동 및 사회정서적 측면에서 발달 부진이 발견됐다.
버팔로대 학교심리학 교수인 어맨다 니커슨은 “지난 10∼15년에 걸쳐 정신건강 상태가 악화돼 왔고, 자살률도 증가세”라며 “코로나19는 이런 문제를 확실히 더욱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2020년 흑인 청년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고조된 인종 문제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버드대 아동발달센터에 따르면 어린 나이에 인종차별과 스트레스 등에 노출될 경우 뇌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교사들은 부모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한 교사는 “교사는 역사 등을 가르치는 사람”이라며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이나 화가 났을 때도 정중하게 표현하는 방법 등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일부 주의 교사들은 학습토론 주제가 민감한 정치적 이슈로 비화된 것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론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른바 ‘게이 언급 금지법’법으로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성정체성 교육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텍사스의 한 고등학교의 흑인 교장은 학교에서 비판적 인종이론을 수용했다는 혐의로 고발되면서 결국 직장을 잃게 됐다.
지난해 일리노이주의 한 교육당국은 젠더 문제와 관련된 도서 비치를 금지했다. 이로 인해 한 고등학교 사서는 “도서를 구입할 때 (이전보다) 더 망설이게 됐다”고 전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성교육·성평등 도서를 놓고 논란이 이어져 결국 일부 도서관들이 이러한 도서들을 서가에서 제외하거나, 당국이 관련 도서 현황을 보고하게 하면서 검열 논란이 일은 바 있다.
미국 교육당국은 학생들을 상대로 감정 관리법을 가르치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을 고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교사들은 아직 문제를 해결할 관련 정책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워싱턴 공립학교 관계자들은 교원노조가 제기한 안전에 대한 우려를 검토하고 있다며 교직원을 위한 사고 대응 교육 확대, 학생과의 갈등 해결 지원, 방문자 정책 개선 등 개선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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