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을 다니다가 이직했는데 후회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회사 분위기가 내내 엉망이었고 앞으로도 희망이 안 보인다.”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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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내부에서 젊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일고 있다. ‘철근 누락’ 사태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조직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2년 전 내부정보를 악용한 ‘땅 투기’ 사건 이후 2030세대를 중심으로 ‘퇴사 러시’가 일었다.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로 2030세대 퇴사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8일 조선비즈가 입수한 ‘LH 직급별·연도별 퇴직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30 직원들이 주를 이룬 4~6급 직원의 퇴사자 수는 ‘땅 투기’ 사건이 일어난 2021년 181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연도인 2020년 85명에서 두 배 넘게 늘어난 규모다. 2019년엔 해당 직급의 퇴사자가 75명, 2018년엔 70명에 불과했다. 4급 직위는 과장·대리, 5급은 사원이다. 6급은 계장이다.
이후에도 퇴사하는 젊은 직원들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 2022년에도 135명의 4~6급 직원들이 퇴사했고, 올해 들어선 7월말까지 57명이 회사를 나갔다. 차장이 주를 이루는 3급의 경우 승진 누락자가 다수 속해 있어 매년 퇴사자 수가 가장 많은 직급이다. 하지만 이 역시 2021년 이후 퇴사가 늘었다. 2020년 58명에서 2021년 166명, 2022년 178명을 기록했다.
임원을 제외하고 본부장, 처장, 부장 등 관리자급들이 주로 속한 1~2급 퇴사자와 비교하면 젊은 퇴사자들의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1~2급 퇴사자는 2020년 108명에서 2021년 118명, 2022년 101명으로 크게 변화가 없다.
LH의 한 직원은 “‘땅 투기’ 사건 이후로 외부 시선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면서 “회사 문화가 급변하면서 적응이 힘들어져 젊은 층들이 다른 직장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일부 직원들은 일각에서 나오는 ‘LH 해체’ 주장에도 동조하고 있다. 공공분양주택 50만호 공급과 같은 정책과제가 쏟아지는 가운데 현장인력은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년 전 ‘땅 투기’ 사건 이후로 인력감축안이 시행되면서 정원이 줄었고, 현원이 이를 초과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LH는 신입사원 채용을 감소하는 방법 등으로 정원을 맞춰나가는 중이다.
또 다른 LH 직원은 “한 사람이 맡게 되는 현장의 수가 너무 많고, 외주를 준 설계·감리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한 문제”라면서 “젊은 직원들 중에서는 해체가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고 했다.
국토교통부가 LH에 강도높은 쇄신을 언급하면서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LH는 강도 높은 외부 수술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LH의 덩치가 커지면서 많은 업무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LH는 20곳의 공공아파트 지하주차장 무량판 구조에서 철근을 누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설계·감리업체와의 이권 카르텔 문제가 불거지면서 대대적인 쇄신을 앞두고 있다. 국토부는 세부 방안을 마련해 10월 중 건설 분야 이권 카르텔 혁파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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