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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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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기전담반 SIU]⑪ “ㄷㅋ공격 구합니다”… 무직자·학생 겨냥한 ‘위험한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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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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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 기간에 용돈을 벌 만한 일자리를 찾던 20대 대학생 김모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구인·구직 게시판에서 ‘용돈벌이 할 사람’이라는 제목의 글을 발견했다. ‘운전면허증이 있고 교통사고 이력이 없으면 가능하다’는 말에 댓글을 남기자, 텔레그램 대화방 링크가 담긴 쪽지가 왔다.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한 김씨에게 해당 글 게시자는 “운전을 못 해도 면허증을 가지고 차에 앉아 있기만 하면 100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김씨의 이름으로 보험 접수를 해 보험금을 타내는 이른바 ‘보험빵’에 가담하라는 제안이었다. 김씨는 절대로 들키지 않을 것이라는 말에 ‘이번 한 번만 해보자’는 생각으로 결국 제안을 받아들였다.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는 방식의 보험사기는 4인 1조로 이뤄졌다. 김씨와 같은 가담자, 그와 연락을 먼저 주고받은 유인책, 실제로 운전을 하는 기술자, 그리고 실장이나 조장으로 불리는 책임자 등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들은 도로를 빙빙 돌며 신호 위반이나 차선 변경을 하는 차량을 먹잇감으로 삼았다.

이들은 반대편 차선에서 신호를 위반하면서 주행하는 차량을 일부러 들이받거나, 주행 중 자신들의 차 앞으로 차선을 변경하는 자동차의 측면을 들이받는 등의 수법으로 사고를 냈다. 사고를 낸 후에는 차에서 내려 소란을 피우며 상대 운전자에게 보험사를 불러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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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한방병원 광고.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 없음.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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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면서 아무런 상해를 입지 않았지만, 의료비가 비교적 비싼 한방병원에 입원했다. 4명이 한 조가 된 보험사기팀은 보통 한 번에 10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탔다고 한다. 김씨 역시 보험사로부터 받은 치료비와 합의금 등 500만원 이상의 돈을 책임자에게 보냈다.

통상적으로 이런 사기는 네 명이 드러누웠기 때문에 한 번에 10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낸다. 김씨 역시 보험사로부터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500만원을 보냈고, 나머지를 책임자에게 보냈다.

김씨 등이 가담한 보험사기팀이 일으킨 여러 건의 고의 교통사고는 결국 여러 보험사들의 보험사기 특별조사팀 SIU(Special Investigation Unit)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SIU는 비슷한 방식의 교통사고가 전국 각지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대부분의 피해자가 4명이라는 점을 의심해 조사에 나섰다.

SIU의 자체 조사 결과 김씨가 가담한 보험사기팀은 이른바 ‘보험빵 대통령’으로 불린 20대 A씨가 총책을 맡아 운영하는 거대한 조직 중 일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도권 곳곳에서 100회 넘게 고의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냈던 A씨는 같은 수법으로 약 10억원의 보험금을 편취했다. 추종 세력과 공범만 100명이 넘는데, 이들은 대부분 10~20대 초반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얻은 돈을 도박이나 유흥자금으로 탕진했다.

보험사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경찰은 A씨를 검거한 후 재판에 넘겼고, 그는 결국 징역 4년을 선고 받았다. 핵심 추종 세력들도 징역형을 선고 받거나 사회봉사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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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캡처



보험빵 대통령은 잡혔지만, 비슷한 수법의 보험사기는 현재도 전국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ㄷㅋ 공격’, ‘ㅂㅎ 구함’, ‘ㅅㄱㅂ 드려요’, ‘ㅌㄹ’ 등 은어도 등장했다. 이 은어들은 각각 ‘뒤쿵(후미 추돌)’, ‘보험 구함’, ‘수고비 드려요’, ‘텔레그램’ 등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사채업자, 조직폭력배 등이 가세해 갈수록 대형화, 조직화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난 6월 검거된 한 보험사기 일당은 50차례에 걸쳐 4억4000여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광주·성남 지역 선후배와 연인 등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보험사기를 의심하는 보험사 직원에게 문신 사진과 협박성 문자 메시지 등을 보내며 협박까지 했다. 해당 보험사 직원은 이들의 협박에 두려움을 느끼고 보험금 지급에 협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 SIU는 보험사기 모집공고 등의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반 시스템에 반영해 사기 정황을 미리 파악한다”며 “절대 걸리지 않는다는 말을 믿고 가담했다가 보험사기로 기소돼 낭패를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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