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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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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사업 모델 '폭망'... 대안 찾는 할리우드[PA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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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년간 지속됐던 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이것이 일시적일지 항구적일지는 아직 논란의 대상입니다) 하나 뚜렷해지고 있는 건 지난 십여년간 기승을 부리던 실리콘밸리의 주된 사업 모델이 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겁니다. 주로 기성 업계에 침투해 이를 교란하는 플랫폼 기업들이 많이 취하는 모델인데 당장은 수익성이 없거나 심지어 손실만 내고 있더라도 매출 또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걸 근거로 다소 허황된 밸류에이션을 제시하며 벤처투자자,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는 식으로 돌아갑니다. 택시의 우버, 음악의 스포티파이, 영화·드라마의 넷플릭스가 대표적입니다. 저금리로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이런 사업 모델이 그럭저럭 유지가 가능했는데 고금리 시대로 들어서면서 거품이 급속히 빠지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교란으로 피해를 입은 업계의 회생이 아직까지 요원하다는 겁니다. 여전히 많은 창작자들이 생계 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는 음악계(스포티파이에 대한 PADO 기사 참조)가 대표적입니다. 뉴욕매거진의 엔터테인먼트 버티컬 벌처(Vulture)는 스트리밍 업계가 할리우드에 미친 영향을 풍부한 전·현직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빌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 이후 한동안 넷플릭스가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도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증권가를 보면 넷플릭스 특수는 그리 오래 가지 않는 듯합니다. 당장 눈 앞에 보여지는 숫자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재편을 읽어야 한국 엔터 산업이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기사 전문은 PADO 웹사이트(pado.kr)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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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드라마 크리에이터, 스튜디오 사장, 에이전트, 사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텔레비전 산업의 상태가 어떠냐고 물으면 이런 답변을 듣게 될 것이다.

"지금은 이 매체의 역사상 비교 대상이 없을 정도로 최악의 시기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암울합니다."

"끔찍한 재앙이죠, 안그래요?"

"시스템 전체가 망가진 것 같습니다."

"기존 업체들이 탁월하게 성공적었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었는데 잘 될지 아닐지 알 수 없는--그러나 거의 확실히 기존 모델만큼 잘 되지는 않을--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찬동하면서 기존 모델을 파괴해버렸습니다."

"모든 것이 빅테크가 되었어요. 즉 '실제로 돈을 벌 필요가 없습니다. 그저 주가 상승만 보여주면 돼요'라는 식의 아마존 사업 모델 말이에요. 모두가 '좋아, 그게 나아가야 할 방향인 듯하군'하고 말했지만 실은 '모두 자살 의식을 치르자. 진정으로 돈을 찍어내듯 벌어준, 현대사의 혁신이었던 케이블 텔레비전 송출 시스템을 끝장내자. 그리고 전적으로 투기(投機)적인 수익을 좇아 수십억 달러를 하수구에 버리는 빅테크 회사로 재탄생하자'라는 뜻이었죠."

"아무도 이 문제를 공론화하려 하지 않는 이유는, 월스트리트에서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집단으로 실신할 것이기 때문이죠."

"'앨리어스'는 왜 없어? '웨스트윙'은 어딨고? '24'는? '앨리 맥빌', '원스 앤 어게인', '브라더스 & 시스터스'는? 나는 지난 몇 년간 넷플릭스에게서 일하는 친구에게, 스트리밍 업계가 언제 자기 만족적인 위세를 버리고 정신을 차릴 건지 물어보곤 했어요."

"우리는 모든 화려한 아티스트들을 TV로 초대해왔는데, 이제 그들은 이 미디어를 직업이 아니라 예술로 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상처받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아무도 말하지 않는, 정말 사회진보적 관점이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경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나이든 백인 남성입니다. 이제 그들은 이전에는 결코 경쟁할 필요가 없었던 젊은 사람들, 여성들, 유색인종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들은 상처받습니다."

"산업은 약간 미쳐 돌아가고 있고, 그것을 바로잡는 데 얼마간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사실 나는 그것이 더 정상적이고 살만한 바람직한 곳, 즉 우리가 있었어야 할 바로 그곳에 도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계 최대의 피라미드 사기에 말려든 것 같아요."



넷플릭스 구독자 대규모 이탈 사태 이후로 일 년 남짓 지났다. 스트리밍 서비스 선두주자가 처음으로 겪은 구독자 감소와 그에 이은 주식 하락 때문에 '우리가 알던 TV는 끝났다'라는 과장된 선언이 나왔던 그때로부터 말이다. 그리하여 현대의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사업 모델이 크게 망가졌다는 것이 분명해졌지만, 동시에 (적어도 아직은) 그 모델이 사라지지 않으리라는 점도 분명해졌다.

할리우드라는 도시 전반에 절망과 창조적 파괴가 만연하다. 동시에 그런 절망과 파괴를 상쇄하는 온갖 지표들도 있다. 2년 전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제작 승인을 받았던 어떤 프로그램들은 지금이라면 제작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 볼 것이 너무 많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려고 엄청난 돈을 쏟아붓는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이 있다. 넷플릭스가 체계를 재정비하고 다소 회복했지만, 여전히 업계가 더 많은 고통을 겪으리라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더 적절한 경제 구조를 위해 봉급을 삭감하고, 합병하고, 고군분투하면서 겪게 될 고통 말이다. 미국 작가조합의 과격한 파업은 할리우드의 노동 불안에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진정으로 주목해야 할 구조적 문제는 스트리밍의 사업 모델이 제대로 맞아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스트리밍 시스템이 최대 히트작들을 수익화하는 방식인데 제대로 된 수익화 방식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다.

숀 라이언에게 물어보자. 이 베테랑 TV 프로듀서가 만든 최신 첩보 스릴러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는 올 4월에 넷플릭스 역사상 다섯 번째로 많이 시청된 영어 오리지널 시리즈가 되었고, 첫 4주 동안 누적 6억2700만 시청시간을 이끌어냈다. 시리즈가 '기묘한 이야기'와 '브리저튼'에 버금가는, 플랫폼을 대표하는 히트작의 반열에 올랐을 때, 라이언은 시리즈의 성공이 어느 정도의 보상으로 돌아올지 궁금해졌다.

"직접 계산해보았어요. 5억 시간은 6천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18일 동안 10개의 에피소드를 모두 봤을 때 나올 수 있는 수치입니다. 슈퍼볼 직후에 방영되는 쇼 다섯 개에서 열 개에 버금가는 것이죠. 그래서 변호사에게 이 상황에 대해 물어봤어요." 라이언은 이렇게 회상했다. 사실 큰 보상은 없었다. "변호사가 말하길, 내 경우에는 이미 받을 것을 다 받았다는 거예요. 시즌 2가 확정되면 약간의 보너스를 받고, 추가 에피소드마다 명목상의 로열티를 받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내가 개인 전용기를 살 만큼 벌었다고 생각했다면 크게 오해한 겁니다."

라이언은 '나이트 에이전트'로 벌어들일 돈이 그가 2002년에 만들었던 경찰 드라마 '실드(The Shield)'로 벌어들인 돈보다 적을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실드'는 신생 케이블 채널인 FX에서 방영되었고 슈퍼볼 방송에 비견할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말한다. "그때는 회사에 수십억 달러를 가져다주면, 나는 수백만 달러를 벌게 되리라는 약속이 있었어요. 이제 그런 약속은 사라졌습니다."

물론 누구도 라이언의 처지를 애처롭게 여기지는 않을 것이고, 라이언도 누군가 그렇게 여겨주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라이언은 "난 불평하는 게 아니에요! 대다수 사람의 재정적 상황에 비추어봤을 때 내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르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도 생각해볼 만한 점이 있다. 한때는--그러니까 좀더 합리적이었던 시절에는--한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의 수와 프로그램의 제작자가 살 수 있는 전용기의 수 사이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더 많은 시청자는 더 높은 광고 단가를 의미했고, 최고 히트작은 타 방송사에 라이선스를 팔거나 세계 시장에 팔 수 있었다. 히트작에 관여한 사람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았다. 그래서 '프렌즈'의 제작자가 1990년대 이후로 일반 여객기를 타고 다닐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반면 스트리밍 쇼는 광고 수가 적고(혹은 전혀 없고), 대체로 영원히 최초 방영 플랫폼에 귀속된다. TV 제작자에게 시청률과 보상의 관련성은 깨져 버렸다.

그렇다면 누가 '나이트 에이전트' 같은 히트작으로 부자가 되는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도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시청 시간을 축적하든 간에 말이다.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 회사가 자신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의 빚을 졌지만, 구독료는 그것을 충당할 만큼 빠르게 모이지 않았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이 돈을 번다 해도 과거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벌어들였던 돈에 비하면 극히 적은 수준이다. 미국의 1억500만 가구가 케이블 방송에 한 달 평균 75달러를 소비하던 시절 그 회사들이 벌어들였던 돈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1989년 영화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Sex, Lies, and Videotape)'를 만든 이후 할리우드의 구조적 변화를 탐색해 온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업계 전체가 뉴턴 경제학에서 양자 경제학으로 이동했어요. 이 세계에서는 모순되는 두 가지가 동시에 사실일 수 있다는 거죠. 한 플랫폼에서 엄청난 히트를 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그 플랫폼의 수익에 어떤 실질적 기여도 하지 않습니다. 스트리밍 구독 모델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코인' 같다고 생각해보면 완벽하게 아귀가 들어맞아요."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김수빈 PADO 매니징 에디터 subin.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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