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생활지도 고시 보완 필요”
청소년들 “학생인권 침해 우려돼”
종합방안 관련 법 개정도 진통 예상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교권 회복 및 보호 종합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조태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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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제기된 ‘교권 보호’ 문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모두 공개됐다. 정부는 지난 8월 23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발표했고, 앞선 8월 17일에는 ‘교원 학생생활지도 고시’를 마련해 9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생활지도 고시는 통상 한 달가량인 입법예고 기간을 열흘로 대폭 단축한 끝에 전격 시행됐다. 종합방안 역시 8월 14일 공청회를 한차례 가진 뒤 발표까지 채 열흘이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사안이 시급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부랴부랴 마련된 고시와 종합방안이지만 교육현장에 정착되기까진 난관이 예상된다. 고시에 대해 교사단체에선 “부족하다”며 보완을, 청소년인권단체 등은 “학생인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종합방안은 향후 아동복지법부터 시작해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등 법 개정 사안이 수두룩하다. 종합방안에선 특히 교권 행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학대 논란을 줄이기 위해 교사에게 일정 부분 ‘면책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교권침해 행위 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문제와 학생인권조례 개정 문제도 교사·학생·학부모 등 ‘교육 주체’ 간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 법 개정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생활지도 고시 놓고 “보완”, “폐지” 요구 맞서
생활지도 고시는 지속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을 교사가 물리적으로 제지하거나 학급으로부터 분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필요 시 휴대전화를 압수하거나 학생에 대한 징계 요청, 학부모에게 상담·치료 등을 권고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했다. 전반적으로 “무기력하다”고 지적돼온 교사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정부 차원에서 교사의 생활지도에 대한 고시를 마련한 건 처음이다.
교사단체들은 뒤늦게나마 고시가 마련된 점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교권 행사 시 불거질 수 있는 아동학대 논란이나 학부모와의 갈등 문제를 고시만으로 온전히 해결하기는 어렵다며 보완을 요구하는 중이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물리적 제지와 분리 상황에서 아동학대 고소와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다수 발생할 수 있다”며 “제지와 분리 과정에서 상황별로 구체적인 생활지도 매뉴얼을 제시해 교사의 훈육이 아동학대로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소지품(휴대전화) 분리보관, 훈육 시 교실 밖 분리 방법, 담임교사의 학급 생활규정 등 구체적인 현장 안내 사항을 담은 고시 해설서를 9월 중 학교현장으로 배포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해설서가 나올 때까지는 일선 학급에서 교사가 당장 생활지도 고시를 들어 물리적 제지 등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학부모에게 문제 학생에 대한 검사·상담·치료를 권고하도록 하는 권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사의 권한이 말 그대로 ‘권고’일 뿐이라 학부모가 따르지 않아도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선 교육청의 한 장학사는 “실제로 교사가 학부모에게 상담이나 치료를 권유할 경우 이를 불쾌하게 여기거나 역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있다”며 “학부모가 교사의 권고를 이행하도록 일정 부분 강제성을 두는 한편 형편이 안 돼 권고를 이행하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정부가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학생인권단체 등은 교사의 물리적 제지가 가능하도록 허용한 고시 자체가 학생인권을 침해하고, 당사자 간 갈등만 더 부추길 수 있다며 고시를 아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서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생활지도 고시는 학생인권조례에 역행하는 내용이 많아 학생인권 침해를 가져올 것”이라며 “휴대전화 압수의 경우도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인권침해로 결론 내린 사안인데, 정부가 이 결론에 반하는 반인권 고시를 내놓았다”고 밝혔다. 조영선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준) 활동가는 “결국 교사에게 학생을 제압하고 통제하는 등 인권침해를 하라는 고시나 다름없다”며 “이 과정에서 학생과 또 다른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교사는 압박과 과중한 책임에 내몰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추모객들이 고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들을 읽어보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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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한 교권 행사’와 ‘아동학대’ 구분 어떻게?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을 놓고도 교육 주체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법 개정 등을 통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최대 관건은 교사의 학생지도를 어떻게 아동학대와 구분짓는가의 문제다. 교사와 학부모의 주장이 사안에 따라 첨예하게 엇갈릴 수 있어서다.
정부는 일단 교사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법령과 학칙에 따른 정당한 생활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범죄와 구분되도록’ 조항을 신설할 방침이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돼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때는 교육청으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게 된다. 경찰청도 수사지침을 개정해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수사 시 학교 현장의 특수성과 교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할 계획이다. 수사 개시 등을 이유로 교사를 섣불리 직위 해제하는 등의 불합리한 관행도 고치기로 했다.
경기교사노조가 지난 6월 전국시도교육청을 통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소·고발 중 실제 수사가 개시된 건수는 모두 1252건이다. 이중 불기소 처분을 받거나 혐의없음 등으로 사건이 종결된 사례가 절반이 넘는 676건(53.9%)이었다. 일반인 대상 아동학대 고소·고발의 불기소 처분 등의 비율이 10% 남짓임을 감안하면 교사 대상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남발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사가 진행돼 ‘혐의없음’ 결론이 나더라도 이미 수사 과정에서 교사의 삶은 파괴되고 피폐해진다”며 “법적인 보호가 절실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적은 사례라 해도 실제 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제기한다. 특수학급 장애아동에 대한 교사의 아동학대 문제는 종종 사회적 문제로 크게 비화하기도 한다.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정당한 교권 행사를 이유로 교사에게 아동학대에 대한 ‘면책권’이 주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된다”며 “애초에 아동학대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에 한 초등학교 담임교사는 숙제를 안 해온 2학년 학생의 관자놀이를 눌렀다가 신체적 학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교사는 해당 학생이 수업 불량 태도를 보이자 “부모님께 찍어보내겠다”며 얼굴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등 정서적 학대를 한 혐의도 받았다. 1심은 자녀를 뒀거나, 학부모인 배심원이 포함된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다. 결과는 두 혐의 모두 ‘유죄’였다. 200만원의 벌금이 선고됐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은 교사에 대해 “정당한 교육적 활동”이라며 두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교사의 아동학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
학생인권조례 개정, 생기부 기재 문제 ‘난항’
정부는 종합방안을 통해 각 지자체가 불합리한 학생인권조례를 개선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실시한 ‘2022년 교육여론조사’에서 교권침해 사안의 발생 이유로 ‘학생인권의 지나친 강조’(48.1%)가 가장 많이 뽑혔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 개정을 지시한 바 있다. 현재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개 지자체 중 4곳에서 조례의 폐지 내지는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인데, 이를 정부가 더 독려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는 개정 방향의 예시로 학생인권조례에 ‘다른 학생의 인권 및 학습권을 존중하고 교원의 정당한 교육 활동 및 생활지도를 따라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원의 생활지도 권한과 학생인권조례가 상충하지 않도록 관련 조항도 고치도록 했다. 서울시의 경우 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이 학생인권조례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조례 개정 지원 방침에 따라 이 같은 폐지 움직임에 더 힘이 실릴 전망이다.
학생인권조례 개정·폐지가 본격화되면 인권단체 및 청소년단체 등이 크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조례 폐지는 보수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를 제외한 주요 교사단체들도 반대하는 사안이다. 일부 보수단체들은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인권조례 폐지 등을 요구 중이어서 자칫 진보와 보수 간 갈등으로까지 사안이 번질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교권침해 관련 조치사항에 대해선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도록 추진하는 방안도 논란이 되고 있다. 생기부 기재가 상위권 일부 학생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교권침해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생기부 기재를 취소하기 위한 목적의 행정소송은 늘어나는 등 또 다른 갈등이 양산될 수 있어 교사단체나 일선 교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송진식 기자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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