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반 만에 대만 쑹산공항 운항
도착하자 ‘워터 살루트’ 환영 받아
20일엔 日나리타-다낭-방콕 취항
“연말까지 항공기 10대로 늘릴 것”
이스타항공 조중석 대표와 임직원들이 2일 김포국제공항에서 김포∼대만 쑹산 국제선 첫 편 승객들에게 기념품을 나눠주고 있다. 이스타항공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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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다리던 국제선 비행입니다. 잠들은 잘 주무셨나요?”
2일 오전 9시 40분 김포국제공항 이스타항공 사무실. 11시 15분 대만 쑹산국제공항으로 떠나는 이스타항공 ZE887편의 박지현 기장은 쇼업(비행 전 브리핑)을 시작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은 재정난으로 2020년 3월 24일부터 운항을 중단했던 이스타항공이 1257일 만에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는 날이었다.
승무원들은 탑승 시작 1시간 30분 전에 쇼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날 모든 승무원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시간씩 일찍 출근했다. 김상철 객실 승무원은 “첫 비행인 만큼 빠뜨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려 일찍 출근했다”며 “힘든 시기를 거치면서 버틴 만큼 후회 없는 비행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도착지인 대만으로 제11호 태풍 ‘하이쿠이’가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승무원들과 직원들의 표정엔 긴장이 가득했다. 박 기장은 쇼업을 시작하며 동료들의 긴장을 풀어주려는 듯 “우리의 국제선 재개를 태풍도 반겨주네요. 비행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진 않지만, 비행 중 태풍 상황을 계속 업데이트해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하게 첫 단추를 잘 끼운다는 생각으로 잘합시다”라며 쇼업을 마쳤다.
이날 첫 비행에는 조중석 이스타항공 대표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직접 공항을 방문해 탑승구 앞에서 승객들을 맞이했다. 대만에서 쓸 수 있는 유심칩과 교통카드 등의 기념품도 건넸다. 기내에서는 좌석 곳곳에 숨겨둔 보물을 찾는 이벤트를 진행해 승객들에게 이스타항공 굿즈와 대만관광공사에서 제공한 기념품을 선물했다.
이스타항공의 ZE887편은 이륙 약 2시간 10분 뒤 대만 쑹산공항에 도착했다. 쑹산공항 측은 착륙 후 계류장으로 들어오는 이스타항공 ZE887편을 ‘워터 살루트’(물대포를 쏘아주며 환영하는 세리머니)로 환영했다. 국제선 운항 첫날 평균 탑승률 96%를 기록했다.
새로운 이스타항공의 첫 국제선 노선인 김포∼쑹산 노선은 2020년 2월 25일을 마지막으로 운항을 중단했다. 이스타항공은 티웨이항공과 함께 김포∼쑹산 노선을 공동 운항(1대의 비행기를 양사가 공동 운영하는 방식)한다. 양사 모두에서 예약이 가능하며 주 7회 운영한다.
이스타항공은 2019년 시작된 일본 불매운동과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 2021년 2월 법원 회생 절차를 거치며 버티다 VIG파트너스를 새로운 주인으로 만나 2022년 3월 회생 절차를 졸업했고, 올해 3월엔 국내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스타항공은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횡령 및 배임 혐의와 채용 비리 등이 불거지며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다. 현재의 이스타항공은 2021년 법원의 회생 계획에 따라 기존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 보유주식을 포함한 구주 전체가 소각됐다. 새로운 인수자가 신주 100%를 취득하면서 이 전 의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새로운 회사가 됐지만 과거 이미지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한때 23대의 비행기를 운영하던 이스타항공은 현재 총 7대의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조 대표는 “연말까지 3대를 더 도입해 총 10대로 항공기를 늘릴 예정으로 B737-8 항공기를 위주로 들여올 계획”이라며 “9월 20일에는 일본 나리타와 다낭, 방콕에 동시에 취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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