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러몬도 장관 방중 맞춰 발표,
SMIC와 협력해 칩 설계·개발해 5G 최신폰 속도 구현…
경제성 낮아도 보란 듯 '혁신', 미국 제재 강화 전망도

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제품 이미지/사진=화웨이 중국 현지 공식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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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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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거대 IT기업 화웨이가 출시한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의 속도가 최상위 5G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의 제재 속에서도 자체 칩 제조 능력이 보란 듯이 향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재 효과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화웨이의 제품 출시 시기는 지난주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의 방중 일정과 겹치며 묘한 그림을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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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메이트 60 프로', 자체 설계칩으로 5G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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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워싱턴포스트(WP), 로이터통신 및 IT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화웨이가 지난달 29일부터 온라인에서 판매한 메이트 60 프로는 고성능 5G 스마트폰의 다운로드 속도를 능가한다. 중국 관영방송인 CGTN은 소셜미디어(SNS) X(옛 트위터)에서 메이트 60 프로를 "미국의 제재가 내려진 후 나온 화웨이 최초의 고급 프로세서"라며 "이에 담긴 칩은 중국 정부가 지분을 일부 보유한 SMIC(파운드리 업체)가 만들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이례적으로 제품 발표 당시 사용된 칩과 5G 지원 여부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A100'에 맞먹는 자체 칩을 개발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테크인사이트의 분석가 댄 허치슨은 메이트 60 프로에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회사 하이실리콘이 SMIC와 협력해 개발한 '기린9000s' 프로세서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전세계 관련 기업들은 메이트 60 프로를 확보해 해체해보려고 한다. 온라인에서 초기 물량은 이미 빠르게 매진됐다.

메이트 60 프로 출시로 중국 SNS 사용자들과 국영미디어들은 흥분의 도가니다. 관영 타블로이드판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주말 화웨이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기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으며, 다른 기사에서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8월 27~30일) 제품이 출시된 것을 언급하며 "미국의 중국에 대한 극단적 단속이 실패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사진=중국 글로벌타임스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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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컨설팅회사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그룹의 기술정책책임자 폴 트리올로도 "대부분 미국회사들을 포함해 화웨이의 이전 기술 공급사 모두에 큰 타격"이라며 "중국이 미국의 기술 없이도 칩을 완전히 설계할 수 있고 최첨단 서양모델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성능의 제품을 생산하는 게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2019년부터 화웨이를 보안 위험 요소로 규정하고, 최신 스마트폰 모델 생산에 필수적인 미국 및 유럽산 칩 제조도구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왔다. 이 여파로 애플, 삼성전자와 어깨를 견주던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2020년을 정점으로 쇠락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화웨이는 로이터에 SMIC의 칩에 더해 반도체 설계 도구를 자체 개발해 연내 5G 스마트폰을 선보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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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몬도 왔는데 보란듯 제품 발표…美, 제재 강도 높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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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IC가 5G 칩을 개발했다 해도 선두업체 TSMC와는 여전히 역량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경쟁력 있는 규모와 가격에 고급 칩을 생산할 수 있느냐도 불투명하다. 허치슨은 SMIC가 7+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 또는 5nm 공정을 사용할 경우 생산 비용이 매우 많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갖게 될지 예단하긴 이르다고 경고한다. 베스트셀러 '칩 워'(Chip War)의 저자 크리스 밀러 터프츠대 교수는 "이는 화웨이와 같은 중국기업들이 여전히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아마도 규제 강화 여부에 대한 워싱턴의 논쟁도 심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화웨이가 설계한 중국산 AI 반도체 어센드 910 GPU(그래픽처리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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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 9000s 프로세서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타이산 마이크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탑재된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타임스는 SMIC가 5nm급 제조기술을 사용해 프로세서를 만든다고 주장하는데 여기에는 고가의 기술인 멀티 패터닝을 많이 사용해야 해서 인텔, TSMC 및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 비해 경제성이 상당히 낮을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가 자체 5G 칩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는 미국의 대중 제재 실효성 논란을 야기한다. 대중 제재로 인텔, 퀄컴 등 미국기업들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매출을 잃었고 이는 이들 기업의 연구개발(R&D) 예산 확보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익명의 IT업계 임원은 "소수의 가장 빠르고 강력한 기업만 살아남는 IT업계에서 (미국 기업들의) 힘을 장기적으로 짓누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중 제재가 미국 기업들의 반도체 과잉 생산을 불러 전세계 칩 가격 하락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 경제학자 윌리 시는 "냉전시대에도 미국이 소련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출을 제한하자 소련은 물론 다른국가들도 결국 자체적으로 개발했다"며 "(반도체에서도) 가격 (하락) 압박과 상품화 압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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