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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징역형 고작 5%…스토킹에 꺾이는 꽃, 여전히 관대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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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11일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 추모 공간에서 시민들이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누나 아프지 마세요. 천국에서 잘 지내요."(초등학교 4학년 전인성군)

오는 14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앞두고 서울 중구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0번 출구 앞에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메시지를 남기거나 헌화하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11일 추모 공간에서 메시지를 쓰던 4학년 전인성군(10)은 "매일 학교 가면서 지나는 길"이라며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군 어머니인 김진아씨(45)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고 큰 애가 곧 성인이라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신경이 쓰인다"며 "안전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1년 전 사건이 발생한 신당역 여자화장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화장실 앞을 지나던 주부 전모씨(32)는 "예전부터 불법촬영 카메라 걱정에 공중화장실 이용이 꺼려졌는데 신당역 사건 이후에는 안전 우려가 커져 웬만하면 집에 갈 때까지 참는다"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고 1년이 지났지만 오히려 더 안전하지 않은 사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지하철 현장 직원들도 여전히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달 20~28일 서울교통공사 영업본부 사무직 직원 1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신당역 참사 1주기 역무현장 안전 진단 설문조사'를 보면 역무원의 45.4%가 사건 이후 정부 대책이 안전한 일터와 직장 내 성폭력 방지에 의미 있는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역무원 10명 중 7명(72.1%)은 역에서 일할 때 안전을 충분히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고 답했다. 특히 역무원 93.55%는 '나 홀로 근무'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는 사건 발생 이후 '역 직원 2인 1조 순찰 강화 계획'을 세웠으나 '2인 1조 지침대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전혀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절반(49.57%)에 달했다.

스토킹 범죄 피해도 여전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 관련 경찰의 범죄피해자 안전조치(신변보호 조치)는 지난해 총 7091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9.4건의 스토킹 피해자 신변보호 조치가 이뤄진 셈이다.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스토킹 범죄가 줄지 않는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직 법관인 한나라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지난 1~5월 스토킹 처벌법 위반 단일 범죄로 기소돼 확정된 사건 385건의 양형을 분석한 결과 징역형 실형은 전체의 21건(5.4%)에 그쳤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126건(33%)으로 가장 많았고 공소기각 122건(32%), 벌금형 실형 106건(27%)이 뒤를 이었다. 징역형 집행유예 중에서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형 중에서는 300만원, 징역형 실형 중에서는 징역 6월이 가장 많았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 유족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 전주환(32)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유족 측 법률사무소 진서의 민고은 변호사는 "대법원 선고로 피고인에게 2심에서 선고된 무기징역형이 확정된다면 스토킹 피해를 당하는 수많은 피해자에게도 유의미한 판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환은 지난 7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후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면서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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