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말 반등을 시도했던 미국 증시가 9월 들어 다시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국채 수익률 상승, 미국 달러 강세, 유가 상승 등 3고 현상이 증시의 상승 시도를 억누르는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국제 유가가 25% 이상 급등하자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지며 현재의 고금리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어서다.
연준(연방준비제도)이 금리를 더 올리지는 않더라도 현재 5.25~5.5%인 연방기금 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국채 수익률과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지수는 8월1일부터 9월12일까지 2.5% 하락했다. AI(인공지능) 열풍으로 급등했던 나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3.6% 떨어졌다.
이 기간 동안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DXY)는 2.2% 올랐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284%로 0.24%포인트 상승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선물가격은 지난 8월1일 이후 7.9% 뛰어올랐다.
8월 초 이후 증시 약세를 유발한 달러, 국채 수익률, 유가의 3고 현상은 근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하거나 최소한 하락세가 정체돼 연준이 긴축 기조를 당분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데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13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13일 오후 9시30분)에 발표될 지난 8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증시 조정을 더 깊이 이끌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지 열쇠를 쥐고 있는 핵심 변수다.
세븐 리포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12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와 채권시장의 지지대였다"며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뜨겁다면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약화되며 시장이 하락 압력에 취약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월가 전문가들의 지난 8월 CPI 전망치는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8월 CPI는 전월비 0.6%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14개월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이는 유가 상승 때문이다. 유가는 지난 7월 들어 현재까지 25% 이상 급등했다. 이 결과 지난 8월 연율 CPI 상승률은 3.6%로 지난 7월 3.2%에서 큰 폭으로 뛰어올랐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율 CPI 상승률은 27개월만에 최저치였던 지난 6월 3%에서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다.
다만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 8월에 4.3%로 7월 4.7%보다 낮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근원 CPI 상승률 4.3%는 22개월만에 최저치다.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 6월 4.8%에서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8월 근원 CPI 상승률은 전월비 0.2%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뱅가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앤드류 패터슨은 월간 0.2%의 물가상승률은 연준이 "연율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안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은 헤드라인 CPI보다는 근원 CPI를 더 중요하게 보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둔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헤드라인 CPI 상승률이 급반등했다고 오는 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금리 선물시장에 따르면 이달 FOMC에서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은 93%, 11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59%로 반영돼 있다.
미즈호증권의 미국 경제학자인 알렉스 펠레는 유가 상승이 다른 부문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아직까지 거의 없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오래 지속될수록 그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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