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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피해자 윤석열 명예훼손” 언론 압수수색한 검찰···허위 여부·비방 목적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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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뉴스타파 직원들이 14일 오전 대장동 허위보도 의혹 관련 압수수색을 위해 뉴스타파 본사를 찾은 검찰 관계자들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허위 보도를 한 혐의로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 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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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14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와 소속 기자들, 종합편성채널 JTBC를 압수수색하면서 적용한 혐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다. 해당 기자들이 지난해 대선 전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을 허위 보도해 윤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의혹 보도가 형사처벌할 정도의 허위사실 유포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은 뉴스타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자들이) 피해자 윤석열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기재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2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형법상 명예훼손죄보다 법정형이 높다. 언론사 기자에게 이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려면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더해 기자가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누군가를 비방할 목적으로 보도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한다. 인터뷰 중 ‘당시 대검찰청 중수2과장이던 윤 대통령이 조우형씨에게 커피를 타줬고, 조씨 혐의를 봐줬다’는 대목에 초점을 맞춰 ‘대선 개입’ 목적으로 허위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 전 위원장 측은 인터뷰 녹음파일 전체 분량은 72분이고 ‘커피’ 내용은 1~2분에 불과하다고 반박한다. 인터뷰와 보도 맥락을 전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선에 개입할 의도였다면 이렇게 적은 분량만 보도했겠냐고도 반문한다.

JTBC는 대장동 민간업자인 남욱씨의 검찰 진술조서를 근거로 유사한 보도를 했는데, 검찰은 해당 보도를 한 봉지욱 기자가 조씨로부터 남씨의 진술과 배치되는 말을 듣고도 무시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봉 기자는 전날 라디오에 출연해 “(조씨가) 자기에게 불리한 얘기는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조씨의 인터뷰를 모든 것을 실어줘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기자가 그에 대해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경향신문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등 직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뉴스타파 앞에서 검찰 압수수색 관련 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대장동 사건 관련 허위 보도를 한 혐의로 뉴스타파와 JTBC를 압수수색 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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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명예훼손죄 처벌에 까다로운 요건을 두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고, 검찰이 명예훼손의 피해자로 규정한 윤 대통령은 당시 유력 대선후보이자 현 국정 최고책임자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보도 내용도 윤 대통령이 과거 검사로서 한 공식업무와 관련된 의혹 제기였다.

공인에 대한 표현은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돼야 한다는 전제에서 법원은 보도에 일부 허위 내용이 있더라도 공익성이 있는지, 진실로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를 꼼꼼히 따져 위법성 여부를 가린다. 대표적인 판례가 이명박 정부 때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사건이다. <PD수첩>은 2008년 4월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몰랐거나 알면서도 은폐·축소한 채 수입 협상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검찰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으나 법원은 1·2·3심에서 내리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하면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며 “보도 내용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심히 경솔한 공격으로서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것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그 보도로 인해 곧바로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게 현재 허위인터뷰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다.

대법원은 2011년 또 다른 판결에서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포함돼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의 ‘비방할 목적’을 따질 때는 국민이 알아야 할 공적 사안에 관한 것인지,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5월에도 SNS에 허위 글을 올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글에 일부 과장이 있더라도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고 공익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애초에 명예훼손을 형사범죄로 처벌하는 국가 자체가 많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폐지하는 추세이다.

검찰이 뉴스타파 등에 적용한 명예훼손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유죄 판결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다. 윤 대통령이 기자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뜻이다. 2014년 박근혜 정부 검찰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세월호 당일 행적에 대한 칼럼을 쓴 산케이신문 가토 타쓰야 전 서울지국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할 때 박씨는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침묵했다. 검찰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당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박씨의 처벌 의사로 간주해 기소했다.

윤 대통령도 직접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 검찰 수사를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김만배씨 인터뷰를 “희대의 대선 정치공작 사건”으로 규정한 터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윤 대통령의 처벌 의사가 확인됐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관련 법리를 충분히 검토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만 했다. 가토 전 지국장 사건의 1심 재판부는 칼럼 내용은 허위이지만 비방의 목적이 없었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를 포기해 무죄가 확정됐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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