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 의장 탄핵 위협…매카시 "빌어먹을 탄핵안 제출해라"
민주 전원 찬성하면 의장 축출 가능…연방정부 셧다운 '비상등'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데드라인을 보름여 남겨 놓고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 내부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당내 강경파들이 요구 사항을 굽히지 않는 데 더해 의장 탄핵까지 엄포를 놓고 나서자,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급기야 내부 회의에서 욕설을 써가며 강경파 의원들을 공격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본 협상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 공화당 집안 싸움에 발목이 잡히며 이달말이 시한인 예산안 처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등 미국 언론은 14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 매카시 의장이 이날 공화당 내부 회의에서 강경파를 향해 "당신들은 내가 탄핵안에 겁먹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어디 한 번 '빌어먹을'(FXXXing) 탄핵안을 제출해 보라"며 "나는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어 별도 회견에서도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며 "만약 싸움을 걸어 온다면, 나는 싸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 의회는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전까지 내년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연방 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정부 기능이 마비되는 셧다운 사태가 도래할 수 있다.
역대에도 여야 이견으로 예산이 제때 처리되지 못한 경우가 있었지만, 이 경우 협상 시한을 벌기 위해 전년 수준의 임시 예산안(CR)을 우선 처리해 왔다.
그러나 정부 예산 대폭 축소를 주장하고 있는 공화당 강경파는 자신들의 의제 관철을 위해 임시예산 처리에도 반대하고 있어 매카시 의장이 내부적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이다.
중간선거에서 신승을 거둔 공화당은 당내 강경파를 규합하지 못할 경우 과반 확보가 사실상 불가하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월 하원 의장 선출 과정에 프리덤 코커스를 포함한 당내 강경파들이 자신을 반대해 15번 투표끝에 간신히 자리에 오르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매카시 의장은 주초만 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를 지시하는 강수를 불사하며 강경파 회유에 집중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강경파가 2024 회계연도 세출법안 다수를 막아서며 국방 예산안 상정까지 반대한 데 이어, 하원의장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자 매카시 의장으로서도 내부적으로 계속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강경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소속 의원 등은 매카시 의장이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천700억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강경파의 대표격인 맷 게이츠 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매카시 의장이 탄핵 사태를 맞이할지 여부는 순전히 그의 손에 달려있다"며 "그는 우리가 1월 합의한 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원의장 탄핵안 발의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실제 공화당 내부에서 탄핵이 추진될 경우 이 자체로 가뜩이나 촉박한 예산 처리 일정은 또 다른 뇌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WP는 "공화당이 (10석차) 미세한 우위를 점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모두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매카시 의장이 축출될 수도 있다"며 "다만 민주당이 이 상황을 즐기는 징후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의장 탄핵은 선출과 마찬가지로 재적 의원 과반으로 처리된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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