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측 방문 없는 이재명 단식 농성장
극성 지지자 모여드는 국회…두 차례 흉기난동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단식 중인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국회 직원들이 혈서를 쓴다며 커터칼을 든 시민을 제지하고 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헤럴드경제=이세진·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심각한 건강 악화에도 이 대표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정부와 여당은 제1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을 외면하는 부동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분노한 일부 이 대표 극성 지지자들은 국회 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기까지 했다. 단식이 지속될수록 여야의 ‘극단 정치’가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6일 민주당 지도부 등은 이 대표 단식이 보름을 훌쩍 넘겨 길어진 만큼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낙연 전 대표 등 원로를 포함한 당내 주요 인사들의 중단 요청에도 이 대표는 단식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전면적 국정 쇄신을 내건 만큼 단식 중단 명분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도 나오지만, 윤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이 대표 요구사항을 받아들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대표가 지난달 31일 단식을 시작하며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일본 오염수 방류에 반대 입장 천명과 국제해양 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 쇄신과 개각’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는 점에서다. 실제 정부여당이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요구사항이라는 것이 정치권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인사들의 반응도 냉담하기만 하다. 우선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방문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정부여당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이 대표를 만나지 않았다. 태 의원 역시 단식에 대한 우려가 아닌 민주당 의원의 발언에 대한 항의를 목적으로 이 대표를 찾은 것이었다. 과거 야당 대표가 단식에 나서면 대통령 정무수석, 여당의 지도부 등이 방문해 건강을 걱정하고 단식을 만류해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15일 단식 투쟁 16일차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 당대표실에 누워있다. [연합]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여당이 찾지 않는 단식 농성장 앞에는 이 대표의 지지자들과 유튜버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의료진을 통해 이 대표의 건강 악화가 심각하다고 거듭 전해지면서 이들의 분노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단식 농성장 앞에서 벌어진 극성 지지자들의 흉기난동 사건들은 정치가 실종된 채 분노만이 쌓여가고 있단 탄식까지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7시께 50대 여성 김모(56)씨는 단식 농성장 앞에서 국회경비대 소속 여성 경찰 2명을 가위로 찔러 상해를 가했다. 김씨는 퇴거 요청을 받자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던 중 흉기를 휘둘러 체포됐다. 국회 경비대에 따르면 김 씨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문구가 들어간 손팻말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날인 15일 오후 12시께에는 70대 남성 김모(73)씨가 칼을 들고 혈서를 쓰겠다며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국회 경비대에 따르면 국회 본청 민주당 당대표실 앞 의자에 앉아 있던 김씨는 거듭된 퇴거 요구에도 응하지 않다가 종이와 커터칼을 꺼내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며 엄지손가락 쪽에 자해를 시도했다. 김씨의 종이에는 윤석열 정부를 비난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김씨가 흉기를 꺼내든 당시 당 대표실 앞에는 민주당 의원들과 국회 출입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던 도중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상해 등 피해는 없었지만 국회 내 긴장감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국회 개원 후 국회의 모든 이슈들이 이 대표의 단식으로 인한 혼란에 흡수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의 단식 출구전략에 대해 여권과 야권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제기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금방 끝날 줄 알았던 단식이 이렇게 오래 지속될 줄 몰랐다”며 “그 누구도 농성장에 보내지 않는 윤 대통령도, 단식을 계속하는 이 대표도 너무나 지독한 사람들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했다.
yg@heraldcorp.com
jinlee@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All Rights Reserved.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