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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검찰과 법무부

지팡이 짚고 출석한 이재명…500쪽 PPT 준비한 검찰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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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제1야당 대표 영장심사

법원 도착 후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바로 법정으로
지지단체 “우리가 이재명” 보수단체 “구속” 맞불 집회
9시간여 심사받은 이 대표 “세상의 공적이 된 것 같다”

백현동 개발비리, 쌍방울 대북송금 관여 의혹을 받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법원에 출석해 약 9시간20분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구속 심사대에 오른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분쯤 흰색 셔츠에 검은 양복 차림으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 도착했다. 그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지팡이를 짚으며 법정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당 지도부나 의원들은 법원에 오지 않았다. 변호사만 동행했다. 대신에 이 대표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 앞에 지도부와 일부 의원들이 모였다. 이 대표는 앞서 오전 8시30분쯤 법원으로 가기 위해 녹색병원을 나섰고, 지도부 및 의원 등과 악수를 나눴다. 병원 앞에는 정청래·고민정·박찬대·서영교·서은숙 최고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정태호 민주연구원장, 천준호 비서실장, 김영진 정무조정실장 등이 나왔다. 박홍근·조오섭 의원도 왔다.

법원 앞에선 이 대표의 지지단체와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집회가 열렸다. 더민주전국혁신회의 등 지지단체들은 법원로 남쪽에 모여 이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을 촉구했다. 200여명의 지지자들은 ‘민주주의 지켜내자’ ‘탄핵 윤석열’이 적힌 팻말을 들고 “우리가 이재명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법원로 북쪽에선 이 대표 구속을 촉구하는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가 열렸다. 애국순찰팀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 100명가량은 ‘피의자 이재명이 몸통이다’ ‘이재명 구속’이 적힌 천막 아래 모여 구호를 외쳤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5분쯤부터 오후 7시23분까지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따지는 심문을 진행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이 대표는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렸다.

이 대표는 백현동 민간 사업자에게 인허가 특혜를 몰아줘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최소 200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북한에 지급해야 할 방북비용 등 총 800만달러를 쌍방울그룹에 대납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위증교사)를 받는다.

검찰과 이 대표 측은 심문에서 구속 필요성을 놓고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앞서 구속영장 청구서와는 별개로 재판부에 1500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한 검찰은 이날 50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검찰은 특히 구속 사유 중 하나인 ‘증거인멸 염려’를 집중 부각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도 이 대표가 백현동 개발 담당 성남시 공무원 다수를 접촉해 회유했고, 이 대표에게 방북비 대납을 보고했다고 진술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이 번복되고 재판기록이 유출됐다며 ‘증거인멸 염려’를 강조했다. ‘검사 사칭’ 재판에서 이 대표가 직접 김모씨에게 전화해 허위 증언을 교사했다고도 주장했다.

이 대표 측은 ‘백현동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구속기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구속기소)과의 유착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이 구성한 혐의 사실이 허구라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현동 개발비리와 관련해선 ‘비선실세’로 지목된 김인섭 전 대표와 연락이 끊어진 지 오래이며, 성남시가 10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어 손해를 끼친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선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이 전 부지사의 번복된 진술이 유일하다고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측은 또 현직 제1야당 대표로서 수사·재판에 성실히 응한 만큼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도 유 부장판사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답변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 돼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버린 것 같다.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며 수사가 이어지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보라·이홍근·박순봉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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