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포틀랜드 등 주요 도시
노숙·마약 늘며 공공안전 시스템 휘청
NYT에 따르면, 오리건주 포틀랜드시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은 지난해 1309건으로 2019년(413건)의 3.2배다. 약물 과다 복용 사건도 3년 전의 5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이 외에도 뉴욕·뉴올리언스·내슈빌 등 주요 도시의 강력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NYT는 2020년부터 시작된 경찰 예산 삭감 움직임을 꼽았다. 당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지자 ‘경찰 예산을 끊어라(Defund the police)’라는 요구가 미국 전역에 빗발쳤고, 주요 도시에서 잇달아 경찰 예산을 삭감하면서 경찰 대응력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포틀랜드시 또한 2020년 주 경찰국 예산을 1000만달러 이상 삭감했다. 이후 치안 공백이 발생하자 시는 관련 예산을 복구시키고 신규 채용에 대한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경찰력 강화에 나섰지만 여전히 역부족인 상황이다. NYT는 “새로운 경찰관을 고용하고 훈련하는 데 일반적으로 18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시내 전역을 순찰하는 경찰관은 12명 미만인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범죄 신고 전화도 제때 닿지 않고 있다. 포틀랜드시 경찰국에 따르면, 올해 1~7월 평균 911 신고 응답 소요 시간(우선순위 상 사안 기준)은 23.8분으로 2019년(8분)의 3배다.
그래픽=김하경 |
공공 안전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건 사설 경호원들이다. 기업이나 상점·학교 등에 사적으로 고용된 이들이 해당 시설과 길거리 등에서 범죄 단속을 하면서 사회 치안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사설 경호업체 산업의 미국 내 전체 연간 수입은 400억달러(약 54조20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사설 경호업체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중 하나”라며 “이제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경찰관보다 최소 3배 이상의 경호원이 길거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틀랜드시도 공원 등 공공 시설과 하수도 처리 시설, 시청 등에 민간 경비원들을 고용하는 데 연간 400만달러 이상을 지출하고 있다.
범죄 대응 노하우가 부족하고 법 집행 권한도 없는 사설 경비업체가 난립하면서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2020년 이후 포틀랜드에선 12명 이상의 사설 경비원들이 폭행·괴롭힘으로 기소됐다. 올해 초에는 한 사설 경비원이 가게 손님에게 총격을 가해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NYT는 “오리건주의 사설 경비원들은 16시간만 교육을 받으면 인증을 받을 수 있다”며 “현재 100개가 넘는 사설 업체들이 각기 다른 회사 규칙을 따르며 도시를 지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 대응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지만, 일부 도시는 경찰력에 제동을 거는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달 뉴욕시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무관용 정책을 금지하는 ‘뉴욕 경찰(NYPD) 개혁안’을 발표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개혁안에 따르면 NYPD는 앞으로 철제 펜스로 바리케이드를 쳐 시위대를 포위하는 이른바 ‘케틀링 전술’을 하지 못하는 등 보다 부드럽게 시위에 대응해야 한다. 개혁안 발표 당시 경찰 노조인 경찰자선협회 패트릭 헨드리 회장은 CNN에 “조직적인 폭력 시위에 대한 대응 능력을 약화시켜 뉴욕 시민의 안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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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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