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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맨땅 헤딩…모래주머니 차고 뛰는 기분" 신인 4인의 호소 [기득권 선거법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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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회 본회의장.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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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선거법’에 발목이 잡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정치 신인의 생각은 어떨까. 중앙일보는 내년 4·10 총선 출마를 노리는 여야 정치 신인 4명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나 정당 대변인단, 국회의원 보좌관 등 중앙 정치 무대에서 일했던 이들조차도 지역구 현실 정치는 “커다른 벽과 같았다”고 입을 모았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들은 당장 돈 문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현역으로 있는 서울 서대문갑에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하려는 권지웅(35) 전 민주당 청년대변인은 “누가 저를 ‘후원하고 싶다’고 해도 예비후보 등록 전까진 후원금을 받을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정치자금법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와 예비후보자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는데,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전 120일이 지나야 예비후보자로 등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누가 정치 신인을 후원하고 싶어도 올해 12월 12일 지나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의 지역구인 충북 충주에 도전하려는 국민의힘 소속 이동석(38)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모을 수 있는 정치 자금의 규모도 문제”라며 “현역 의원은 매년 1억5000만원을 모금할 수 있고, 거기에 선거가 있는 해에는 3억원까지 모금하지만 신인은 절반인 1억5000만원까지밖에 모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치 행보를 하려면 돈이 들 수밖에 없는데, 신인에게는 정치 자금이 굉장히 큰 부담”이라고 했다.

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당장 얼굴을 알리는 것도 신인에는 큰 숙제다. 대구 중·남구에서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미려는 강사빈(22)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원외 신인은 당원 명부를 열람할 수 없어 지역 주민과 연락할 기회가 없다. 시작부터 ‘맨땅에 헤딩’”이라며 “당직 업무를 하면서 틈틈이 대구 지역 방송에 출연해 얼굴과 이름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현역에 비해 인지도를 높일 기회가 막혀 있는 것도 이들에겐 커다른 장애물이다. 언제든 유권자와 만나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 현역과 달리 신인은 예비후보자 등록 전까지는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이동석 전 행정관은 “그나마 SNS에선 ‘충주에 ○○을 유치하겠다’ 정도 쓰는 건 가능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유튜브·스레드 등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현역과 비교하면 신인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신인답게 현역 의원과 경쟁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이들이지만 막상 공천을 받기 위해 당내 경선을 치를 생각을 하면 막막하다. 경기 고양병에서 홍정민 민주당 의원을 제치고 민주당 공천을 받고 싶은 정진경(44) 전 김태년 민주당 의원 보좌관은 “당내 경선부터가 매우 불공평하다”며 “경선 후보끼리 토론회를 하든 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좌진과 청와대 행정관으로 11년 근무한 그조차 막상 직접 선수가 되려 하자 여러 장벽을 느끼고 있다. 그는 “미국은 지역 정치인 경선도 대학 강당을 빌려 토론회를 연다”며 “하지만 한국은 여야 할 것 없이 당원과 국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경선을 진행해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정 전 보좌관은 “실제 국민 입장에서 필요한 정책적 역량과 비전을 보여줄 공간을 여는 게 우선 할 일”이라며 “당내에서도 신인에 기회를 주는 게 공정 선거 개혁의 출발”이라고 강조했다.

김준영·전민구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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