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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피난민 110만명 대피하려면, 60인승 버스 1만8000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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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지상작전을 예고하며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최후 통첩을 내린 13일(현지시간) 가자시티에서 주민들이 피란길에 오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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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준비중인 이스라엘군(IDF)이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15일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7시)까지 대피하라고 통보 한 지 52시간이 지났다. 이와 관련해 BBC는 “피난민 110만 명이 철수를 위해 60인 승 버스에 일시에 탑승한다면 버스 1만8334대가 필요하다”며 대피의 물리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또 이 버스들이 출발을 위해 일렬로 늘어설 경우 런던에서 맨체스터 간의 320㎞ 도로를 그대로 메우게 된다고 BBC는 설명했다. 320㎞ 거리는 가자 지구 총남북 연장선 40㎞의 8배에 해당한다. 이 40㎞는 서울이나 런던 시내의 최대 직선 길이와 비슷하다.

가자 지구 북부에 사는 주민이 지상전 개전시 교전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이스라엘 요구대로 남쪽으로 철수한다면 그 피난로의 최대 길이는 북단의 베이트 하노운에서 이번 철수 경계선인 와디 가자 계곡까지의 17㎞다.

짐을 가득 실은 차량이라면 리터 당 5㎞ 연비와 시속 35㎞로 계산해서 최소 4ℓ의 휘발유와 30분의 시간 그리고 공습에서 안전한 인도주의적 회랑 도로가 필요하다. 하지만 차량이 없어 도보로 이동할 경우 시간당 3㎞ 속도로 15㎞ 이상의 길을 맨발로 걸어야 한다.



가자지구 2300명 사망, 피란 행렬…안전 우려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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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쪽 라파 난민캠프에 있는 주민들이 북부에서 피난온 난민을 위해 매트리스를 옮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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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50시간 경과 직전에 “북부에서 ‘수십 만’ 명이 남부로 이동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일방적인 주장일 수 있다.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의 이동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히긴 했지만, 전기와 인터넷이 상당수 끊긴 상황에서 이스라엘군의 메시지가 얼마나 전달됐을지는 불분명하다. 대피 경로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

또 만 이틀 동안 북부의 소개령 대상 주민 중 몇 명이나 집을 버리고 남부로 피난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가자 지구 통치의 하마스는 최대 도시 가자 시티 등의 북부 주민들에게 ‘소개하지 않으면 전투원으로 간주해 합법적 교전원칙에 따라 공격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스라엘의 협박에 넘어가지 말고 그대로 집에 남아 있을 것을 역으로 요구하고 있다.

보복 공습 9일째인 15일 현재 가자 지구 전역서 2300여 명이 사망하고 1만1000명이 부상했다고 가자 보건 당국은 발표했다.

유엔은 전날까지 가자 지구 전체에서 집을 버리고 피난 나온 난민이 100만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 100만 명 중 일부가 13일 오전의 이스라엘 소개 명령에 남쪽으로 내려온 북부 철수 주민이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대피령 이후 피란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가자지구 남부로 가는 도로에는 자동차·택시·픽업트럭, 심지어 수레에도 사람들이 거리에 들어찼다고 전했다.

대피 경로 중 하나인 살라 알딘 거리가 광범위하게 파괴되고, 어린이 등의 시신이 트레일러에 실린 모습이 관측됐다고 CNN은 보도하기도 했다.

구호단체들은 주민들의 강제 이주는 불가능하다며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4일 가자지구 남부 병원에 환자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북부의 환자를 그곳으로 옮기는 것은 “사형 선고”와 같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 종사자 다수는 남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슬람 구호단체 적신월사는 “병원에 약 300명의 환자가 있다”며 “환자를 대피시킬 방법이 없으니 우리도 대피할 뜻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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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사람들이 가자지구로부터 안전히 벗어나기 위해 라파 통로 개통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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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에서 남쪽 이집트로 연결하는 ‘라파 통로’에도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이집트가 이곳을 폐쇄하면서 대피가 쉽지 않다.

팔레스타인 난민 수십만명이 자국 영토로 넘어오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집트는 라파 국경 개방을 거부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있는 미국인이라도 라파를 통해 내보내달라는 미정부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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