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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그 XX 계약 해지"…'대리점 갑질' 논란 쿠쿠 팀장, 이듬해 장관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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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쿠쿠 김모 팀장이 2021년 산업부장관 표창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한 모습./사진=쿠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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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리점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밥솥회사 쿠쿠의 당사자가 이듬해 정부 표창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쿠쿠는 당시 국회에서 해당 직원의 욕설 녹취록이 공개돼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이 직원을 정부 표창 대상으로 선정해 대리점의 집단행동을 무마한 공로로 회사가 정부 표창을 밀어준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19일 생활가전업계에 따르면 쿠쿠 고객만족팀 김모 팀장은 2020년 쿠쿠 본사가 홈케어 서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리점주들이 반대하고 점주협의회를 결성하자 갑질 논란을 불러온 인물이다.

당시 국회에서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김 팀장의 녹취록 내용을 보면 집단행동을 한 점주에 대해 "그 XX는 바로 계약을 해지했다. 회사 와서 무릎을 꿇었다"고 했고, 한 점주가 매출이 나지 않아서 힘들다고 하자 "머리를 좀 쓰세요, 나쁜 쪽으로. 이 XX들이 정 못하면 계약을 해지해 버리면 되는데"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쿠전자 대리점 갑질 문제는 쿠쿠전자 본사가 추진하는 홈케어 서비스에 대해 수익성 악화와 서비스 인력 부담 문제로 점주협의회 가입 점주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본사가 점주를 협박한 사건이다. 대리점 갑질 문제가 국회에서 제기됐지만 김 팀장은 1년 뒤 정부 표창을 받았다. 그는 2021년 11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가기술표준원이 주최하고 한국제품안전관리원이 주관하는 '2021 제품안전의 날' 행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수여받았다.

당시 회사가 설명한 공적 자료를 보면 김 팀장은 쿠쿠홈시스에서 생산 판매되는 렌탈 제품 안전성 강화를 위해 제품 개발과 설계에 적극적으로 참여, 안전장치 마련을 통한 고객의 안전사고와 재산 피해 예방에 크게 이바지한 것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은 회사가 대리점주의 집단행동을 막은 공로로 정부 표창에 해당 팀장을 추천한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대리점 관리를 주력으로 했던 담당자가 안전한 제품 개발과 설계로 정부 표창을 받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리점주들은 김 팀장이 갑질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장관 표창을 거쳐 승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구본학 쿠쿠 대표는 최근 국회 국감에서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 팀장 승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승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팀장의 정부 표창과 관련해 쿠쿠 측은 "당시 산업부에서 회사로 공문이 와서 개인, 기관, 기업 중 개인 부분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당시 공적조서는 김 팀장 본인이 작성했고 개인 신청인 만큼 회사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회사의 공적에 대한 결제 자료는 없고 해당 팀장이 구두 보고를 했다"며 "개인이 정부 표창 신청을 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런 과정도 일반적이지 않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기업인에 대한 정부 표창은 목적에 맞는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공적이 가장 드러나는 인물을 사내에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최근 정부 표창을 받은 한 기업 관계자는 "대외업무 담당이 공문을 접수하면 사내에서 추천이 이뤄지고 가장 관여도가 높은 인물을 선정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만에 하나 개인이 신청하더라도 정부는 해당 기업을 통해 재신청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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