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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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의 중국 수출 제재를 강화하자 중국 현지의 엔비디아 그래픽카드(GPU) 가격이 3배 가까이 치솟는 등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미국 제재가 오히려 화웨이 같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게 자체 AI 산업 기반을 조성할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분석도 나왔다.
23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19일부터 중국 온라인 쇼핑몰 공식 매장에서 고사양 GPU인 ‘RTX 4090’을 철수시켰다. 미국 정부가 저사양 AI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자, 엔비디아의 중국 맞춤용 GPU인 A800, H800, RTX 4090 등의 판매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RTX 4090가 공식 판매 사이트에서는 내려갔지만 일부 소매상 및 오프라인 매장에는 물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가는 4만~5만위안(약 739만∼923만원)으로 이는 엔비디아 소비자 권장가의 약 3배 수준이다. 앞으로 중국이 엔비디아 칩을 수입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 소비자들이 사재기에 나선 것이다.
RTX 4090은 현존하는 PC용 GPU 중 최고 사양으로 평가받는다. 게이머들과 그래픽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인기 상품으로 꼽힌다.
SCMP는 “광대한 중국 본토 시장에서 RTX 4090의 갑작스러운 품귀 현상은 미국의 최근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의 광범위한 영향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동시에 엔비디아 철수로 인해 중국 토종 IT업계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의 첨단 AI 칩 수출 규제로 인해 엔비디아가 철수하면서 화웨이는 70억 달러에 달하는 내수 시장에서의 확장 기회를 얻게 됐다”고 평했다.
중국 AI 산업의 최대 장애물은 자국산 AI용 GPU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인공지능 반도체 ‘어센드’로 이를 돌파하겠다는 입장이다. 화웨이와 AI 반도체의 국산화 작업을 해온 협력사 ‘아이플라이텍’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어센드 910B’의 성능이 엔비디아의 고사양 AI칩 ‘A100’와 대적할 만하다. 범용 AI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중국이 완전한 AI 반도체 기반을 마련하기까지는 여러 어려움이 뒤따를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엔비디아가 AI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오랫동안 무료 배포하면서 구축해 놓은 ‘엔비디아 생태계’에 대한 의존성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화웨이의 개발자 툴인 ‘캔(CANN)’은 AI를 훈련시키는 데 많은 제약을 갖고 있어, 엔비디아의 완벽한 대체재가 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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