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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투쟁가 대신 ‘뱃노래’... 좌파 집회도 고령화, 개이모·개삼촌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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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 부대 줄고 대학 운동권 약화… 중장년층이 대부분

좌파 정치 집회 참석자의 고령화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권 대학생과 유모차 부대가 빠진 자리를 중·장년층 이상 정치 고관여층이 채우고 있다. 태극기 집회뿐 아니라 좌파 집회도 세월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21일 서울 시내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집회에는 4500명(경찰 추산)이 참석했다.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자 좌파 진영이 소셜미디어로 참석을 독려한 집회였다. 그러나 대학생 등 젊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조선일보

체포안 가결되자… 반발하는 이재명 지지자들 -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이 대표 지지자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며 서울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맨 앞줄에서 몸싸움을 벌인 이들 대다수가 중장년층이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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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이 있었던 지난달 21일 국회 앞에서 벌어진 시위도 비슷했다. 이날 집회에는 ‘개혁의 딸(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 4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하지만 모인 이들 나이대를 보면 ‘개혁의 딸’이란 표현이 무색했다.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실이 서울교통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날 인근 ‘국회의사당역’에서 승하차한 무임승차 인원은 한 주 전보다 2989명(75.5%) 늘어났다. 무임승차자 대다수가 65세 이상인데, 이들이 집회 참석을 위해 지하철을 타고 와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떠났다고 가정하면 ‘개딸’ 집회에 참석한 인원 중 1500명가량은 65세 이상이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개’딸’이라기 보다는 ‘삼촌·이모’ ‘할아버지·할머니’였다는 것이다. 서울시 생활 인구 통계로도 이날 늘어난 여의도동 인구 중 42%는 50대 이상으로 추산됐다.

조선일보

그래픽=박상훈


“문 열어! 문 열어!”

지난달 21일 오후 5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자 격앙된 지지자 일부는 국회로 가겠다며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에 설치된 철조망 셔터를 흔들며 외쳤다. 이날 시위대 맨 앞 줄에는 머리가 하얗게 세거나 벗겨진 이들이 경찰과 대치하며 고함을 질렀다. 과거 집회에서 선봉대는 운동권 대학생이 담당했던 것과 달랐다. 정치권에서는 정치 집회 주축 참여 연령층이 2030세대에서 50대 이상으로 바뀐 상징적인 장면이라는 말이 나온다.

데이터도 이날 ‘개딸 집회’ 참석자 다수가 50대 이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시 열린데이터광장에 공개된 ‘생활 인구’를 분석한 결과 전주 대비 이날 늘어난 생활 인구는 12만2821명이었는데, 이 중 50대 이상 인구가 42%(5만1363명)였다. 생활 인구는 서울시가 특정 기지국에 접속한 휴대전화 수를 통계적으로 보정해 해당 지역 인구를 한 시간마다 산출하고, 이를 모두 합친 인원이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복 집계돼 실제 집회 인원보다 수치가 높게 나오지만 추세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통계 전문가들 평가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6월 기준 권리당원 평균 연령이 52세라고 밝힌 바 있다.

2022년부터 60주가 넘도록 매주 집회를 하며 ‘윤석열 퇴진’ ‘윤석열 탄핵’을 주장한 촛불행동 역시 지도부의 고령화가 뚜렷하다. 상임대표 김민웅(67) 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환갑을 넘겼다. 김 상임대표는 ‘진격의 촛불 삼총사’라며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나머지 두 ‘총사’는 곽노현(69) 전 서울교육감과 박재동(71) 화백이다.

좌파 정치 집회 지도부와 참석층의 고령화는 귀로도 확인된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민중가요와 함께 걸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등이 집회에서 불리며 각광받았다. 반면 지난 21일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는 ‘진도아리랑’ ‘뱃노래’ 같은 노래가 장구·가야금 반주와 함께 흘러나왔다.

좌파 집회가 고령화되는 이유로는 대학 운동권 조직 및 정당 조직 약화가 우선적으로 꼽힌다. 과거 미국산 쇠고기, 촛불 집회와 달리 특정 대학교 학생회 깃발을 들고 등장하는 청년 세력은 최근 좌파 집회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운동권 386세대가 시간이 지나면서 50대 후반~60대가 된 것도 좌파 집회 고령화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유모차 부대’ 역시 최근 집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학생이었던 2000년대부터 박근혜 탄핵 집회까지 두루 참석했다는 직장인 정보미(39)씨는 “촛불 집회 결과는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과 반일종족주의였다”며 “맞벌이하며 아이 키우기도 바쁜데 누구 좋은 일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집회에는 나가기 싫다”고 했다.

그러나 젊은 층의 집회 참석이 다시 늘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탄핵처럼 정파성이 강한 집회에 참여할 동기 부여가 안 되고 있을 뿐 여전히 젊은 세대는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추모 집회에 1만명 넘는 교사가 연령대를 막론하고 나선 것처럼, 상황이 끓어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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