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단독]"국민주택채권 안사도 되는데?" 금감원, 자영업자 대출 전수조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일부 금융회사에서 면제 대상 자영업자 채권 매입 사례 확인…수수료 받은 은행들 "설명의무 없어"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출 취급시 부당하게 국민주택채권 매입거래가 있었는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는 2019년 이후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 대상이지만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대출과정에서 이를 별도로 안내하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건당 수백만원의 비용을 부당하게 지출한 사례가 확인됐다.

은행들은 "매입 의무 면제가 지켜졌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전산시스템이 없어 전수조사 결과 부당 매입 거래가 무더기로 나올 수도 있다. 은행은 대행 서비스를 하면서 고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있다.


2019년 이후 중기·자영업자 대출시 국민주택채권 매입 면제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은행권과 2금융권을 대상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국민주택채권 매입거래 현황 조사를 시작했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가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을 때 부당하게 국민주택채권을 매입·매도 했는지, 거래 규모와 건수가 어느 정도인지 현황 파악 중이다. 2019년 이후 국민주택채권 거래자 리스트와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 차주를 일일이 대조하는 방식으로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도시기금법상 부동산 담보 대출자는 근저당권 설정으로 부동산 등기를 하면서 의무적으로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해야 한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도 매입해야 하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는 부담 경감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의무를 면제해 왔다. 2019년 이후 사양업종을 제외하고 요식업, 숙박업, 임대업 등 대부분 면제 대상이다.

대출을 받으면서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동시에 대출 창구에서 채권 매입·매도 거래도 이뤄진다. 시가표준액 기준 10억원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면 비용은 154만4440원(수수료 포함) 가량이다. 시가표준액의 약 1%만큼 채권을 매입(1000만원)하고 곧바로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매도(848만1000원)해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위탁을 받은 은행은 채권 거래를 중개하면서 고객으로부터 건당 약 2~3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추가로 HUG에서 건당 3400원의 위탁 수수료를 챙긴다.

머니투데이



면제 대상인지 모르는 경우 부당하게 비용 지급…은행들 "설명의무 없어" 반박

문제는 중소기업과 달리 영세 자영업자들은 자신이 면제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부동산 등기 과정에서 은행과 연계한 법무사가 이를 알려주거나 은행 창구 직원이 안내하는 경우 자영업자가 면제확인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되는데 자영업자, 은행원, 법무사 모두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일부 자영업자가 대출 과정에서 채권을 매수·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이 일부 금융회사에 현장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근본적으로 대출과 채권 거래를 모두 담당하는 은행이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는 은행권에서 채권 매입 면제 대상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이 없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만 수기로 면제 대상을 확인하는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전산시스템으로 면제대상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객이나 법무사, 영업점의 확인 등으로 면제를 해주고 있다"며 "금감원이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문제가 있는 거래를 명확하게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실태조사를 계기로 전산시스템 구축을 검토 중이다. 다만 조사 결과 부당하게 채권을 매입한 자영업자가 무더기로 나올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상반기 기준 634조9614억원에 달하고 은행 잔액만 446조원이다. 부당 거래로 인해 손해배상 이슈도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최종 배상 책임은 국민주택기금으로 돌아갈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수백조원의 대출을 해 주는 은행이 채권 면제 대상인지 여부를 확인조차 하지 않는 것은 내부통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비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설명 의무가 있는지 여부 관련해 금융소비자법 등의 근거 규정을 보고 있다"며 "정확한 실태파악 후 대출 전산시스템 개선이나 소비자 안내 등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