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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이슈 의대 정원 확대

[단독] 한의협 "한의대 정원, 의대로 전환" 정부에 정식 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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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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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의사협회가 한의대를 의대로 전환하거나 한의대 정원 일부를 의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의대 정원 늘리기의 대안으로 한의대를 활용해달라는 것이다. 한의사협회가 정부에 이런 제안을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은 1일 보건복지부 주재로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 같은 방안을 제안했다. 홍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지방의 한의대를 의과대학으로 전환하는 안이다. 한의대(한의학대학원 포함)는 12개이며 경희대·가천대를 제외하면 10개가 비수도권에 있다. 입학 정원은 750명에다 정원외 입학을 더해 800명 선이다.

홍 회장은 "지방 의사 부족이 문제이니 지방 한의대를 의대로 전환할 수 있게 하면 지방의 사립한의대 중 원하는 데가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지방 사학 중 건립 이념에 부합한다고 판단하는 곳이 나설 것"이라며 "서너 군데가 전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두 번째 방안으로 의대와 한의대가 있는 대학 4곳의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데는 경희대(한의대 정원 108명), 부산대(50명, 대학원 포함), 원광대(90명), 동국대(72명)이다. 홍 회장은 "한의대를 운영할 수 있는 최소 정원을 남기고 의대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최소 정원은 40명으로 알려져 있다. 40명만 남길 경우 160명을 의대로 전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날 회의에서 복지부는 한의협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위원이 이 제안에 동의했고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이미 한의대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한의사협회에 의대·한의대를 둔 4개 대학의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한의협은 "원론적으로 찬성한다"고 답했고, 이번에 좀 더 진전된 안을 공식 제안했다.

한방 의료는 계속 위축되고 있다. 건강보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 진료비 중 한방의 비중은 3.1%이다. 2014년 4.2%였으나 계속 하락하고 있다. 홍 회장은 "한의대 입학 정원이 2025년 초과하기 시작해 2035년 2000명 초과할 것이란 게 정부 추계"라며 "한의대 입학 정원 축소 시기가 이미 늦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한의대 활용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박은철 연세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정부가 지난달 19일 발표한 지방 필수의료 강화 대책에 한의대 정원 활용 방안이 빠진 게 아쉽다. 의대·한의대가 있는 4개 대학의 한의대 정원을 의대로 돌려 160명의 정원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의대학장협의회, 정원 전환에 반대 기류 강해



한의협이 정부에 공식 제안을 했지만, 한의대학장협의회는 이를 반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의대·한의대를 동시에 갖고 있는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난 주말 협의회가 열려 이 문제를 논의했다. 한의대 정원을 축소한다는 데 대해서 우려를 표명한다는 쪽으로 입장은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의대학장협의회에서는 조만간 한의대 정원을 의대에 떼어주는 방안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가장 많은 한의대 정원을 가진 경희대 한의대의 이재동 학장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한의대 정원을 어디에 넘겨준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학생·졸업생·학부모 등 한의대 구성원 입장에서는 한의학을 발전시키고 학문적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한의대를 위축 시킨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의사도 의료 인력이다. 한의사들이 수술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본적인 공공보건의료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며 "6년으로 한의학·양의학을 어떻게 하겠냐고 한다면 우리는 7년, 8년까지 교육 과정을 늘릴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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