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5 (수)

[리셋 코리아] 탄핵 사태가 정치권에 보낸 경고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탄핵 이후의 길 ⑧



중앙일보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정당한 정치·통치행위인지 심리하고 판결할 때까지 이제 헌재의 시간이다. 탄핵 이후 정치권은 차기 대선을 둘러싸고 극심한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헌재가 언제 판결을 내리는지 그 시점을 놓고도 예민하게 대립한다. 8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차기 대통령선거 출마 여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헌재가 180일 이내에 결론을 내려야 하지만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탄핵 찬성·반대 측 시민단체들이 각각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자기편에 유리한 판결을 내리도록 압박하는 지지층 결집 전략을 고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여기에 올라탈 기세다. 이미 정략적인 정치권의 조기 대선 시계는 작동하고 있다.



선거에만 집착하는 정치에 분노

여당은 계엄 주도세력 정리하고

야당은 입법독재 행태 자성해야

중앙일보

지난 23일 헌법재판소의 모습.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탄핵의 수혜자인 이재명 대표는 벌써 ‘헌재는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국정안정협의체’도 제안하고, 지역 화폐 예산을 위한 추경 예산 편성을 언급하는 등 국정 주도권 쟁탈전에 나섰다. 그러면서 그동안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판받았던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법 등 ‘이재명표 기본소득’도 다시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은 탄핵찬성 당론을 제안했던 한동훈 대표를 사퇴시키는 등 민심과 역행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계엄 및 탄핵의 늪’에 빠진 자신의 처지를 숨긴 채 ‘이재명 유죄의 덫’에 기대 반사이득을 기대하는 전략으로 조기 대선에서 사실상 요행을 바라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 이후에도 계엄 사태를 부른 진영 대결을 제대로 반성하지 않고 있다.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권력만 잡겠다는 ‘선거 지상주의’를 고집하고 있다. 이런 태도를 고집한다면 국민은 분노의 철퇴를 내리칠 것이다. 국민은 여야가 극단적인 진영 대결의 종식을 위해 대화와 타협, 숙의를 통한 공공성의 실현이라는 공화정치 회복을 명령하고 있다.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수권 자격을 주지 않을 것이다.

네거티브 캠페인과 흑색선전 등 지지층 결집 대결을 부추겨서 정권을 잡게 되면 그 정권은 반쪽짜리 정권으로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 정권이 얼마나 오래가겠는가. 기본소득 같은 포퓰리즘 정책의 관철을 위해 무리한 수단으로 법 개정을 시도한다면 또다시 탄핵이 거론될 가능성도 크다.

이제 정치권은 꼼수를 버리고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다수결의 폭정으로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민중 선동가의 ‘민주정’과 계엄을 선포하는 참주(僭主) 선동가의 ‘참주정’이 뒤엉켜 민주공화국이 어떻게 추락할 수 있는지 성찰하고, 이를 치유·예방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중앙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구속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두 가지가 중요하다. ‘윤석열 유죄’가 ‘이재명 유죄’를 감추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상대 진영의 ‘유죄’로 자기 진영의 허물을 가리려는 꼼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첫째, 계엄 세력에 대한 여당의 숙정이 절실하다. 계엄 사태는 체포·구금 등으로 정치적 경쟁자들을 제거하려고 했던 만큼 정치 실종을 상징한다. 정치는 여러 사람이 함께 말을 사용해 공론을 펼치는 것이다. 계엄은 말이 아닌 강압적 무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지극히 반(反)정치적이다. 이번 사태는 21세기 탈냉전 시기에 ‘냉전(반공) 자유주의 철학’으로 무장한 계엄 세력이 반칙패를 당한 격이다. ‘김건희 특검’을 앞세워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방탄하면서 대권 장악을 노렸던 이재명을 잡으려 했던 윤 대통령은 거꾸로 포로 신세가 됐다.

둘째, 민주당의 자성이 필요하다. 민주정(Democracy)은 혼합정(混合政)을 추구하는 민주공화정과 달리 다수파와 소수파가 대립하는 불안정한 정치체제다. 이 때문에 민중 선동가와 참주 선동가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몰락한다고 보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체 순환론’으로 이번 사태를 들여다봐야 한다. 이번 사태는 윤석열과 여당의 책임만이 아니라 입법 독재와 탄핵을 남발하면서 극단적 정쟁을 유발했던 야당에도 책임이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 대표의 범죄 혐의를 수사한 검사들을 줄줄이 탄핵했다. 선거법 1심 유죄를 받은 이 대표는 2심 재판 지연 꼼수도 썼다. 정치권은 탄핵 이후 윤석열도 이재명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것을 입증해 대국민 신뢰를 얻어야 한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