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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볼!] 낭만의 ‘원 클럽 맨’은 어디에? NBA는 ‘헤쳐 모여’의 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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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하든(왼쪽에서 둘째)이 LA 클리퍼스에 합류하면서 카와이 레너드(왼쪽), 러셀 웨스트브룩(왼쪽에서 셋째), 폴 조지와 함께 강력한 4인방을 이루게 됐다. /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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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농구의 계절입니다. 2023-2024 NBA(미프로농구)가 한국 시각으로 지난달 25일 막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드문드문 농구를 보는 팬이라면 “어, 저 선수가 저기서 뛰고 있네”라고 갸우뚱할 만한 선수가 여럿 보입니다.

NBA는 세계 프로 스포츠 리그 중 가장 활발하게 트레이드가 일어나는 무대로 꼽힙니다. 슈퍼스타들이 우승 반지를 위해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곳이죠. 그 어느 리그보다 스타들의 입김이 세기 때문에 소속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하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슈퍼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뭉친 팀이라면 2007-2008시즌 ‘빅3′를 결성한 보스턴 셀틱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당시 셀틱스는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의 최강 파워포워드 케빈 가넷과 시애틀 슈퍼소닉스의 레전드 슈터 레이 앨런을 영입, 기존 팀 에이스 폴 피어스와 무적의 3총사를 이루게 했고, 결국 그 시즌에 NBA 정상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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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마이애미 히트에서 빅3를 이뤘던 크리스 보쉬(왼쪽부터)와 르브론 제임스, 드웨인 웨이드. /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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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마이애미 히트가 있죠. 2010-2011시즌을 앞두고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르브론 제임스와 토론토 랩터스의 크리스 보쉬가 마이애미 히트로 이적하며 히트의 터줏대감인 드웨인 웨이드와 ‘빅3′를 구성했는데 당시 서로 다른 팀에서 뛰던 리그 평균 득점 2·5·9위가 우승을 위해 한 팀에 모여든 것이라 히트 팬들을 제외한 대부분 NBA 팬들은 분노했습니다.

히트는 ‘빅3′ 결성 첫해엔 더그 노비츠키가 분전한 댈러스 매버릭스에 파이널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2011-2012, 2012-2013시즌 리그 2연패를 이뤄내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초호화 라인업을 꾸려 두 번의 우승을 쟁취한 르브론은 아이러니하게도 또 다른 초호화 라인업의 희생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파이널에서 르브론이 이끈 캐벌리어스에 밀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는 리그 득점왕 4회 출신 케빈 듀랜트를 영입해 기존 스테픈 커리, 클레이 탐슨과 ‘빅3′를 이루게 했습니다. 르브론의 캐벌리어스는 이들에게 2017년과 2018년 파이널에서 연거푸 물을 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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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클린 네츠의 듀랜트(왼쪽부터), 하든, 어빙 3인방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 /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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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팀’이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브루클린 네츠가 대표적이죠. 2020-2021시즌 네츠에선 듀랜트와 카이리 어빙, 제임스 하든이 함께 뛰었습니다. 하든이 시즌 중반 이적해 오면서 무시무시한 라인업이 형성됐죠. 하지만 리그를 대표하는 득점원 셋이 뭉쳤음에도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았습니다.

어빙은 코로나 백신을 거부하며 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듀랜트는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죠. 네츠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셀틱스에 4전 전패를 당하며 탈락했습니다.

하든은 2021-2022시즌 도중 벤 시몬스와 트레이드되면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식서스)로 갔습니다. 이로써 역대 최강 ‘빅3′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던 듀랜트와 어빙, 하든 트리오는 불과 16경기를 함께 뛰고 해체되고 맙니다.

◇ 헤어질 결심이 잦은 털보

그렇다면 이번 시즌 가장 눈에 띄는 이적은 무엇일까요?

이제는 ‘저니맨’ 느낌까지 나는 제임스 하든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앞서 브루클린 네츠 얘기를 하면서 언급한 하든은 지난달 31일 소속팀 식서스를 떠나 LA 클리퍼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습니다.

풍성한 수염으로 유명한 하든은 리그를 대표하는 득점 기계입니다. 2017-2018시즌부터 세 시즌 연속 득점왕에 올랐고, 2016-2017시즌과 2022-2023시즌엔 도움왕도 차지했습니다. 2017-2018시즌엔 정규리그 MVP도 차지했죠.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NBA 생활을 시작한 그의 전성기는 9시즌을 뛴 휴스턴 로키츠 시절입니다. 로키츠 유니폼을 입고 정규리그 MVP와 득점왕의 영광을 안았죠.

하지만 그는 2020-2021시즌 초부터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구했고, 시즌 도중 네츠로 이적합니다. 그리고 다음 시즌 도중엔 식서스로 트레이드되죠.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운동 능력이 눈에 띄게 하락한 그는 식서스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지난 시즌엔 도움왕을 차지하기도 했죠.

하지만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약하다는 ‘새가슴’ 오명을 지난 시즌에도 씻어내지 못했습니다. 셀틱스와 맞붙은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기복 심한 플레이를 보인 가운데 가장 중요한 7차전에서 9점만 넣으며 탈락의 원흉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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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식서스 시절의 하든.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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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든은 이후 팀에 ‘언해피(행복하지 않다란 뜻으로 스포츠계에선 팀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입니다)’를 띄웠습니다. 데럴 모리 단장과 불화가 터진 건데요.

모리 단장은 하든이 로키츠에서 활약하던 시절 로키츠 단장이었던 인물입니다. 식서스 단장으로 오면서 하든을 데려왔죠. 하든의 주장은 자신이 식서스로 올 당시 연봉을 낮춰 구단이 선수단을 보강하도록 협조했는데, 정작 팀이 자신과 연장 계약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든은 트레이드를 요청했으나 진전이 없자 “모리 단장은 거짓말쟁이”라고 공개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훈련에도 불참하며 태업을 이어가던 그는 결국 트레이드가 이뤄지며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게 되었습니다.

하든은 5일 클리퍼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나는 시스템 플레이어가 아니다. 내가 시스템”이라고 밝혔습니다. 식서스 시절 도움왕을 차지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주로 했던 그가 다시 자신을 중심으로 팀이 돌아가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친 겁니다.

하지만 클리퍼스는 이미 슈퍼스타가 즐비한 팀이라 하든이 로키츠 시절처럼 볼 소유를 길게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2019-2020시즌을 앞두고 클리퍼스 유니폼을 입은 카와이 레너드는 샌안토니오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2014년 파이널 MVP, 토론토 랩터스 소속으로 2019년 파이널 MVP를 받은 최정상급 포워드입니다. 2019년 여름 레너드와 함께 클리퍼스로 온 폴 조지도 올스타에 8번이나 선정된 대형 스타죠.

여기에 올스타에 9회 선정된 스타 가드 러셀 웨스트브룩도 있습니다. 웨스트브룩은 올 시즌부터 클리퍼스에 합류했는데요. 하든과 웨스트브룩의 인연도 참 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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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라호마시티 선더 시절의 웨스트브룩(왼쪽)과 듀랜트(가운데), 하든. /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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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친구 사이로 알려진 웨스트브룩과 하든은 2009-2010시즌부터 세 시즌 동안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에서 함께 뛰었습니다. 당시 웨스트브룩은 듀랜트와 함께 막강 공격듀오로 활약했고, 하든은 든든한 식스맨으로 뒤를 받쳤죠. 셋은 나란히 런던올림픽에 나서 금메달을 합작하기도 했습니다.

하든이 2012년 로키츠로 가면서 헤어졌던 둘은 웨스트브룩이 2019-2020시즌을 앞두고 로키츠로 가면서 재회합니다.

하지만 둘의 동행은 한 시즌 만에 끝났죠. 시즌이 끝나고 트레이드를 요청해 워싱턴 위저즈로 간 웨스트브룩은 하든이 상습적으로 훈련에 지각하고 선수단에서 이탈하는데도 아무도 그를 제어하지 않는 모습에 낙담했다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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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스턴 로키츠에서 재회한 웨스트브룩(왼쪽)과 하든. / X(옛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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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공통점이 많습니다. 정규리그 MVP와 득점왕을 차지한 바 있는 슈퍼스타인데 우승 반지는 없습니다. 클리퍼스가 NBA 커리어의 다섯 번째 팀이기도 하고요.

같은 LA 지역의 레이커스에 밀려 오랜 시간 기를 펴지 못했던 클리퍼스는 이제는 부자 구단으로 유명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역임했던 스티브 발머 클리퍼스 구단주는 포브스가 선정한 가장 부유한 프로스포츠 구단주죠. 순자산이 1010억달러(약 133조원)에 달합니다.

농구광으로 유명한 발머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도 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한 클리퍼스는 올 시즌 올스타 선정 횟수를 합하면 32회나 달하는 ‘4인방’ 레너드와 조지, 웨스트브룩, 하든을 앞세워 염원했던 NBA 정상을 밟을 수 있을까요? 이번에 세 번째로 한솥밥을 먹게 된 하든과 웨스트브룩이 과연 찰떡 호흡을 과시할지, 아니면 불협화음을 보일지도 너무 궁금합니다.

일단 시작은 그렇게 좋지는 않네요. 하든의 클리퍼스 데뷔전이었던 7일 뉴욕 닉스전에서 하든과 웨스트브룩은 둘 다 17점에 그쳤고, 팀은 97대111로 패했습니다.

◇ 이제 우승만 남은 폴

크리스 폴은 명실상부한 NBA 최정상급 포인트가드입니다. 올스타에 12회 선정됐고, 도움왕 5회, 스틸왕 6회의 기록을 가지고 있죠. 존 스탁턴(1만5806개)과 제이슨 키드(1만2091개)에 이어 역대 어시스트 3위(1만1555개)에 올라 있습니다.

그런데 폴도 이루지 못한 꿈이 바로 NBA 우승입니다. 정상 등극을 향한 긴 여정에도 트로피를 들지 못한 폴은 올 시즌을 앞두고 또 유니폼을 바꿔 입었습니다. 바로 워리어스죠. 벌써 그의 여섯 번째 팀입니다.

2005년 뉴올리언스 호니츠 유니폼을 입고 NBA에 데뷔한 그는 183cm라는 신장의 약점을 극복하고 단숨에 리그를 지배하는 포인트가드가 됐습니다. 2007-2008시즌엔 어시스트 11.6개로 도움왕에 올랐죠. 그해 플레이오프에선 서부 콘퍼런스 준결승까지 올랐으나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7차전 접전 끝에 아쉽게 탈락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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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클리퍼스 시절의 크리스 폴.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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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012시즌을 앞두고 폴은 삼각 트레이드로 LA 레이커스행을 눈앞에 두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구단주 없이 NBA 사무국이 호니츠를 운영하던 상황에서 구단주 대행 역할을 한 데이비드 스턴 NBA 커미셔너가 부당한 트레이드라며 거부하면서 없던 일이 되죠. 폴은 결국 클리퍼스로 가게 되는데 만약 레이커스로 갔다면 NBA 역사가 또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합니다.

폴은 클리퍼스에서 블레이크 그리핀, 디안드레 조던과 화려한 고공 농구를 펼쳐보이며 많은 팬들을 열광에 빠뜨립니다. 저 역시 그 당시 클리퍼스 농구를 참 좋아했죠.

하지만 폴의 클리퍼스는 번번이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좌절했습니다. 콘퍼런스 준결승에서 2012년 스퍼스, 2014년 선더, 2015년엔 로키츠에 각각 무릎을 꿇었죠.

특히 2015년에는 3승1패로 앞선 상황에서 3연패를 당하며 탈락해 충격이 컸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국내 팬들이 그에게 붙여준 별명이 ‘그그컨’. ‘그래서 그분 컨파(콘퍼런스 결승)는 가보셨는지’의 줄임말입니다.

폴은 2017-2018시즌을 앞두고 휴스턴 로키츠로 이적합니다. 하든과 한솥밥을 먹게 된 폴은 2018년 플레이오프에서 유타 재즈를 물리치고 드디어 서부 콘퍼런스 파이널 무대를 밟게 되죠.

로키츠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7차전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패하며 아쉽게 파이널엔 오르진 못합니다.

5차전에서 다치며 6~7차전을 못 나온 폴의 공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콘퍼런스 파이널엔 진출하면서 ‘그그컨’이란 별명 대신 ‘파궁사(파이널이 궁금한 사나이)’란 새로운 별명을 얻었습니다.

폴이 2019-2020시즌에 웨스트브룩과 트레이드되며 오클라호마시티 선더로 가면서 더는 우승을 노리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선더는 대권을 노리기엔 부족한 전력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폴은 선더를 플레이오프 무대로 이끌며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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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폴은 피닉스 선스 유니폼을 입고 파이널 무대를 밟았다. /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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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다음 시즌 피닉스 선스로 향합니다. 데빈 부커와 함께 선스를 이끈 그는 콘퍼런스 파이널에서 클리퍼스를 4승2패로 물리치며 드디어 파이널 무대를 밟게 됩니다. ‘파궁사’란 별명도 떼어버리게 됐죠.

밀워키 벅스와 맞붙은 파이널. 폴은 1차전에서 32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선스가 2차전까지 가져가며 NBA 우승의 꿈을 이루나 했지만, 거짓말처럼 벅스에 3~6차전을 내리 내주고 맙니다. 폴과 부커가 기복 있는 플레이로 동시에 활약하지 못했던 것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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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우승 반지를 노리는 크리스 폴. /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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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폴의 나이도 38세. 불혹을 앞둔 그는 올 시즌 워리어스 유니폼을 입으며 커리와 함께하게 됐습니다. NBA 19년차인 그는 30일 로키츠전에서 1366경기 만에 처음으로 후보 선수로 코트를 밟았죠. 8일 현재 평균 득점은 8.8점으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지만, 어시스트는 7.8개(리그 9위)로 여전한 패스 능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클리퍼스에선 콘퍼런스 준결승, 로키츠에서 콘퍼런스 결승, 선스에서 파이널 무대를 밟으며 천천히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간 폴은 워리어스에서 정상 등극의 감격을 누릴 수 있을까요? 워리어스는 6승2패로 서부 3위를 달리고 있네요. 커리의 조력자로 나선 그의 올 시즌 활약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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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서 2012년부터 12년째 함께하는 그린(왼쪽부터)과 커리, 탐슨.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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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낭만은 있다

최근 NBA는 워낙 스타들이 이동이 잦은 탓에 한 팀에서만 커리어를 보낸 낭만의 ‘원 클럽 맨’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LA 레이커스에서 20시즌을 보내며 5번의 우승을 일궈낸 고(故) 코비 브라이언트, 19시즌 동안 샌안토니오 스퍼스 유니폼을 입고 다섯 번 정상에 선 팀 던컨, 댈러스 매버릭스에서 21시즌을 뛰며 2011년 패권을 차지한 더그 노비츠키는 NBA 역사에 남는 ‘원 클럽 맨’입니다. 우승 꿈을 이루진 못했지만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레지 밀러, 유타 재즈의 존 스탁턴도 ‘원 클럽 맨’ 하면 떠오르는 스타죠.

말년에 워싱턴 위저즈에서 뛰긴 했지만,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시카고 불스에서 자신이 약체였던 팀을 성장시켜 결국 여섯 번 정상에 오르며 ‘왕조’를 이뤄냈습니다.

일부 팬들은 요즘 NBA에는 낭만이 없다고 말하곤 합니다. 조던과 같은 성장 스토리가 보이지 않는 대신 스타들이 우승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으니까요.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조던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선수로 꼽히는 르브론만 하더라도 세 팀을 오가며 우승 반지 4개를 끼었죠.

슈퍼스타 듀랜트 역시 현 소속팀 선스가 선더(시애틀 슈퍼소닉스 포함)와 워리어스, 네츠에 이어 네 번째 팀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하든과 웨스트브룩, 폴은 말할 것도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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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워키 벅스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데이미언 릴러드. / USA투데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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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을 앞두고도 유명한 ‘원 클럽 맨’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에서만 11시즌을 뛴 가드 데이미언 릴러드가 밀워키 벅스 유니폼을 입게 되었죠.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블레이저스를 8년 연속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등 11시즌을 뛴 릴러드는 “구단의 뜻이 내 마음과 같지 않다”며 결국 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구단이 전력 보강에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이자 우승을 원한 릴러드가 팀을 떠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거죠. 올 시즌 우승 후보 밀워키 벅스에 합류한 릴러드는 평균 22.7점으로 야니스 아데토쿤보와 함께 팀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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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스테픈 커리.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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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현재 NBA에 남아 있는 대표적인 원 클럽맨은 누구일까요? 가장 먼저 스테픈 커리가 떠오릅니다. 2009년 워리어스에 입단한 커리는 15시즌째 팀을 지키며 4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습니다.

역대 3점슛 성공 1위(3437개)를 달리는 ‘슛의 달인’ 커리는 2015년(MVP 안드레 이궈달라)과 2017~2018년(MVP 듀랜트) 우승 당시엔 파이널 MVP를 차지하지 못해 일부 팬들로부터 에이스란 부르기엔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나 2022년 우승 때 팀 공격 주축으로 맹활약, 파이널 MVP에 오르며 비판을 잠재웠습니다.

올 시즌 베테랑 폴을 동료로 맞이한 커리가 워리어스에서 향후 자신이 중심이 돼 1~2차례 더 챔피언에 오른다면 그도 NBA 역사를 대표하는 우승 청부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리라 생각됩니다.

워리어스의 팀 동료인 클레이 탐슨도 워리어스에서만 13번째 시즌입니다. 드레이드먼드 그린도 12번째고요. 커리와 탐슨, 그린 3총사는 NBA의 ‘원 클럽 맨’ 역사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트리오가 될 것 같습니다.

NBA MVP를 2회 수상한 야니스 아데토쿤보도 벅스에서 11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2021년 파이널에서 우승한 그는 최근 벅스와 총액 1억8600만달러에 3년 연장 계약을 맺었습니다. 2023-2024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로 풀릴 예정이었던 그는 한 해 연봉이 800억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으로 가치를 더욱 인정받게 된 거죠.

비교적 스몰마켓으로 꼽히는 밀워키 연고의 벅스가 2027-2028시즌까지 아데토쿤보를 붙잡아 놓는데 성공하면서 벅스는 언제든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벅스 팬들은 아데토쿤보가 ‘원 클럽 맨’으로 신화를 창조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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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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