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은행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 대비 9조5000억원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을 늘린 결과다.
김영희 디자이너 |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2분기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15%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0.65%)보다 0.5%포인트 증가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발간한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 확대와 고금리 지속에 따른 소비 부진 등으로 자영업 대출의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며 “내년에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이 큰 만큼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부실 관리보다는 지원 확대에 방점을 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소상공인대회에 참석해 “고금리로 인한 금융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리 융자 자금 4조 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했다”며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 주는 특단의 지원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살리기는 지난해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1호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자에 대한 이자 탕감 등의 정책이 자칫 ‘좀비 사업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다는 꼴이 되며 자영업 생태계를 왜곡시킬 수 있어서다. 이미 자영업자 금융 지원 확대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진단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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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지난해 6월 내놓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의 증가세 및 채무상환위험 평가’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 지속은 회생 불가 자영업자의 구조조정 지연과 잠재부실의 이연·누적을 심화시키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옥석을 제대로 가려 선별 지원하지 않으면 금융 부실만 커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영업자 등에 대한 금융 지원은 자영업 대출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가계 대출을 옥죄겠다는 금융당국의 기조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3000억원 늘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째 오름세다. 증가 규모는 지난 2021년 9월(6조4000억원) 이후 2년 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에 금융당국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 방침 등을 밝혔는데 정작 부실 우려가 큰 자영업자 대출은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 등 서민의 금리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은 되려 대출 총량을 늘리고 시장 금리도 낮추는 방향으로 갈 수 있어 가계부채 억제책과 상충된다”며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이른 만큼 당장은 가계대출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가 정부 지원에 기대 연명하지 않도록 경쟁력 강화 방안과 함께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주요국 대비 높다. 지난 9월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96%로 감소 추세이긴 한데, 미국(2021년 기준 6.6%)·일본(9.8%) 등과 견주면 한참 높다.
익명을 원한 중소기업벤처부 산하 연구기관 관계자는 “폐업 비용이 지나치게 커 어쩔 수 없이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가 상당히 많다”며 “폐업 비용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대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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