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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방치땐 성생활도 문제 된다…어떤 여성도 피해갈 수 없는 숙명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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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 시기별 증상과 대처

폐경은 인생 2막의 든든한 건강 자산을 형성할 기회다. 폐경 이후가 전체 삶의 30~40%를 차지할 만큼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 여성은 평균 49.7세에 폐경하고, 기대 수명은 86.6세다. 폐경기에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면 당장의 불편한 증상이 나아질 뿐만 아니라 노년기 뼈·심혈관 건강도 지킨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은 폐경기 건강관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한국 여성의 월경·폐경 관리 연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23)에 따르면 폐경 증상을 경험한 여성 3명 중 1명은 별다른 관리나 대처를 하지 않는다. 또 심한 폐경 증상을 경험하는 여성 5명 중 1명만이 병원 진료를 받는다. 11월은 대한폐경학회가 선정한 ‘폐경 여성의 달’이다. 대한폐경학회와 함께 폐경 시기별 대표 증상과 대처법을 짚어본다.

초기부터 치료해야 증상에 효과

비뇨생식기 위축 완화에도 도움

햇빛 쐬고 가벼운 조깅도 필수



〈초기〉 홍조·식은땀



여성호르몬 감소에 따른 초기 변화는 안면홍조·식은땀 같은 혈관 운동 증상이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땀 때문에 옷이 젖을 정도면 사회생활에 지장받기 쉽다. 안면홍조가 야간에 발생해 식은땀을 동반하면 잠을 제대로 못 잔다. 이런 일상은 불안과 감정 기복을 초래한다. 점차 예민해지고 자신감이 저하되며 우울감이 온다.

증상으로 일상생활이 힘들 때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은 여성호르몬 치료다. 생성이 부족해진 호르몬을 보충해 호르몬 감소 곡선의 기울기를 완만히 하는 방법이다. 안면홍조와 같은 혈관 운동 증상, 우울감·피로·불안감 등 심리적 증상과 관절통·근육통 감소에 효과가 있다. 김미란(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폐경학회장은 “증상이 심하지 않거나 여성호르몬 치료가 어려운 경우엔 일부 건강기능식품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으나 효과는 크지 않다”고 말했다.

생활습관에서는 ▶실내 온도를 높지 않게 하고 ▶옷·이불은 면 소재를 사용하며 ▶얇은 옷을 여러 개 가지고 다녀 체온을 조절하고 ▶자기 전 목욕은 피하는 게 좋다. 자꾸 기억이 깜빡하는 것 같다면 ▶기억할 것을 정리해 달력에 메모하고 ▶열쇠·핸드폰 등 잃어버리기 쉬운 물건은 한자리에 두며 ▶주방에서는 소리 나는 주전자와 타이머를 활용하면 도움된다.



〈중기〉 비뇨생식기 증후군



여성호르몬 결핍이 오래되면서 중기에 나타나는 증상은 ‘비뇨생식기 증후군’이다. 홍조와 발한 같은 급성 증상이 지나간 뒤에 온다. 비뇨생식기 증후군은 에스트로겐 농도 감소로 인해 질·요도·방광 등에 나타나는 증상을 말한다. 소변 시 통증과 갑작스러운 요의(절박뇨), 반복적인 요로감염 등이 생긴다. 비뇨생식기 위축으로 통증이 생겨 성생활도 불편해진다. 김미란 회장은 “폐경기 많은 여성이 비뇨생식기 증후군 때문에 불편함을 심하게 느끼지만 진료실에서도 말하기를 꺼리고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뇨생식기 증후군은 국소적인 저용량 호르몬 치료와 비호르몬 치료가 다양하므로 적극적으로 불편함을 상담하고 치료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호르몬 치료는 질 건조감과 작열감 등 윤활 작용 감소로 인한 통증을 감소시킨다. 요실금·빈뇨 같은 증상도 약을 먹으며 조절해 나가면 효과가 좋다. 다른 증상 없이 비뇨생식기 위축 증상만 있으면 경질(질정) 에스트로겐을 써볼 수 있다. 비호르몬 요법인 윤활제·보습 크림도 고려해볼 수 있다. 폐경기에는 비뇨생식기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데, 여러 요법으로 그 빈도를 줄이면 삶의 질이 개선된다.



〈후기〉 골다공증



폐경기 후반에 나타나는 문제는 골다공증이다.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한 골밀도 소실은 마지막 생리의 약 1년 전부터 급속히 진행한다. 김 회장은 “골밀도는 30대 초반에 최대 골량에 도달·유지하다 폐경이 되면 확 떨어진다. 젊을 때부터 영양·운동으로 뼈 건강을 최대한 다져 놓고, 이후 골밀도 검사로 변화 추이를 보며 골다공증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골량을 결정하는 세 가지는 호르몬·영양·신체활동이다. 뼈를 튼튼히 하는 영양소인 비타민D는 햇빛을 쐬어야 생성된다. 오전 10시~오후 2시 사이에 하루 10분 이상 야외 활동을 하는 습관을 실천하는 게 좋다. 햇빛 쐬기가 어려우면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해 보완하면 된다. 가볍게 걷는 산책에 더해 체중이 실리는 에어로빅·조깅 같은 운동을 해야 뼈 건강에 도움된다. 밥상에는 칼슘이 풍부한 멸치 등 뼈째 먹는 생선, 저지방·무지방 우유, 시래기나물 등을 챙기면 좋다. 대한폐경학회는 하루 칼슘 권장량(700㎎)을 한 그릇으로 섭취 가능한 ‘멸치즈 타락죽’을 제안한다. 조리법은 이렇다. ①우유 500mL에 밥 반 공기를 믹서로 갈아준다 ②약한 불에 살짝 데운다 ③치즈 3장을 넣고 녹인다 ④멸치 가루를 1큰술 넣는다.

이런 생활 습관을 실천하고, 골밀도 변화 추이를 보며 필요하면 약물치료를 한다. 골절 위험이 증가한 60세 이하 폐경 여성에서 호르몬 치료는 골밀도 증가와 골절 감소 효과가 있다. 김 회장은 “골밀도는 폐경이 왔을 때가 아닌 이전부터 꾸준히 검사해 봐야 한다. 보건소에서도 쉽게 할 수 있으며 결과 해석의 연속성이 중요하므로 동일한 곳에서 지속해서 검사받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 “폐경, 건강한 노년 준비할 기회의 창”

인터뷰 김미란 대한폐경학회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

중앙일보



대한폐경학회는 ‘폐경인가? 생각되면 산부인과 폐경전문의와 상담해 주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전국 병원에서 ‘폐경 여성의 달’ 건강 강좌를 이달 28일까지 연다. 산부인과 폐경전문의를 만나 건강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김미란(사진) 회장에게 올해 행사 주제의 의미와 호르몬 치료에 관한 궁금증을 들었다.

-폐경인가 생각될 때 상담이 왜 필요한가.

“폐경인지, 아닌지를 진단하는 게 먼저여서다. 폐경이면 신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던 여성호르몬 수치가 떨어져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 골밀도와 심혈관 상태는 눈에 보이는 증상이 없으므로 검사를 해야 한다. 폐경 진단은 초음파로 자궁 내막 두께를 보거나 난포 자극 호르몬(FSH) 검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폐경이 의심돼 병원에 왔으나 폐경이 아닌 경우도 있다. 최근 한 환자가 마지막 생리를 7월에 하고 폐경이 의심된다며 찾아왔는데 검사해 보니 자궁 내막이 증식한 상황이었다. 이 환자처럼 폐경이 아닌 무월경은 오히려 위험하다. 향후 무배란에 따른 비정상 자궁 출혈이 과다하게 생길 수 있다.”

-‘폐경 클리닉=호르몬 치료’로 여겨지는데 실제로 그런가.

“호르몬 치료는 적응증이 되면 쓰고 아니면 못 쓰는 것이다. 폐경 후 10년이 넘거나 60세가 넘었으면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지 않는다. 호르몬 요법으로 불편한 증상을 호전시키고 건강에 이득이 있는 건강한 폐경 여성에게 쓴다. 원할 때 언제든 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다. 또 45세 이전 조기 폐경이면 50세까지는 호르몬 요법이 필요하다. 그래야 호르몬 부족에 따른 건강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그런데도 호르몬 요법을 꺼리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병원에서 전문가와 상의하기보다 친구의 사례나 미디어를 통한 비호르몬 요법을 더 신뢰한다. 폐경 증상과 기간은 사람마다 다르고, 치료 방법이 다양하며 비용 부담도 크지 않다.”

-폐경을 대하는 인식에 어떤 전환이 필요한가.

“폐경은 건강한 노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기회의 창문이 열린 것이다. 내 몸이 주는 신호이므로 창문이 닫히기 전에 기회를 잡아야 한다. 생리가 끝나면 자유롭다가 아니라 활력 있는 노후를 위한 건강 설계가 필요한 때로 봐야 한다. 내 건강에 관심을 갖고 점검해 봐야 하는 타이밍이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폐경이란 단어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좋지 않다. 이 때문에 호르몬 치료에 대한 것도 너무 부정적이다. 한국 여성은 희생적인 경향이 강해 본인을 위해 시간을 적극적으로 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직장에서 갱년기 증상이 심해 고통받는 사람을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시선도 개선돼야 한다.” 이민영 기자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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