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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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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시간 주면 움직임 있을 것”… 중진·친윤 희생 연일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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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도부·혁신위 주도권 다툼

혁신위 희생 권고안에 반응 없자

‘조기 해산설’ 띄우며 압박 분위기

혁신위원 “허수아비 될 바엔 해산”

金대표 “정제된 언행하라” 경고

인 “불출마 명단 작성, 사실 아냐”

“몇천명 버스 동원한 사람도 있어”

험지 출마 우회 거부 장제원 직격

“허수아비 역할에 그친다면 그만둘 것이라는 이야기는 위원들 사이에 있었다.”(한 혁신위원)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김기현 대표)

국민의힘이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민심 수습책으로 띄운 혁신위원회를 두고 되레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다. 혁신위의 내년 총선 수도권 출마 또는 불출마 요구를 받은 당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 핵심 의원들이 열흘 넘게 침묵으로 일관하자 혁신위가 조기 해체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면서다.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총선 전략의 주도권을 두고 힘겨루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일보

제주 4·3공원 찾아 참배하는 인요한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가운데)이 14일 제주 4·3평화공원에서 분향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혁신위원들과 함께 분향하고, 방명록에 ‘희생을 잊지 않겠습니다. 평화의 제주를 기원합니다’라고 적었다. 제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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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14일 혁신위를 향해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한다”며 경고성 발언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방문 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 조기해산론’과 관련해 “정제되지 않은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에 대해 당대표로서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혁신위에) 질서 있는 개혁을 통해서 당을 혁신하도록 권한이 부여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일부 언론은 혁신위가 김 대표를 비롯한 당 핵심 의원들에 대한 ‘희생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조기 해산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혁신위는 김 대표가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후 당내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해 전권을 부여하고 띄운 조직이다. 때문에 혁신위가 ‘자진 해산’할 경우 김 대표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조기해산론의 파장이 커지자 이날 제주 방문 중 기자들과 만나 “강하게 말씀드리는데 그런 일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불출마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혁신위 내에는 당을 향한 강도 높은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혁신위원은 이날 통화에서 “(출범 초기에) 혁신위원들끼리 ‘우리가 시나리오 안에서 움직이는 허수아비 역할을 한다면 조기 해산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희생 권고안과 관련해 “지난번에 이야기해 놓고 결론 못 낸 부분들도 더 논의해서 끝내자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불출마 대상자 리스트에 대해서도 “(향후 회의에서) 그런 이야기가 안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일보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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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위원장도 이날 당 핵심 의원들을 향한 압박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인 위원장은 이날 제주 4·3 평화공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시간을 좀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100%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선 “몇천 명을 버스로 동원한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상황”이라며 지역 세 과시를 한 장제원 의원을 직격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쇄신안을 관철하려는 혁신위와 당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김 대표, 지역구를 사수하려는 중진 의원들 간 줄다리기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혁신위 차원에선 화끈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동력이 사라질 수 있으니 분명한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라면서도 “(희생에 대한) 명분을 갖고 선택의 과정을 축적하는 시간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김 대표가 전권을 부여하고 혁신위를 출범시킨 만큼 혁신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인 위원장은 ‘죽고자 하면 당도 살고 김 대표도 산다’고 이야기하는데 김 대표는 ‘내가 살아야 당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혁신위가 좌초되면 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가능한 한 희생하실 분들 또 험지 출마하실 분들이 일찍 결정하면 우리 당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인 위원장과 김 대표는 이날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인 위원장은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통합 행보를 이어 갔고, 김 대표는 경북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에 참석해 보수층 다잡기에 나섰다.

김병관·유지혜 기자, 제주=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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