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10월 용인캣맘 살해사건 현장인 용인시 수지구의 한 아파트.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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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아이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 70대 남성이 숨진 사건이 발생하며 ‘부모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와 강북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오후 4시 30분쯤 월계동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A씨(70대)가 B군(8)이 던진 돌에 머리를 맞아 숨졌다. A씨는 당시 다리가 불편한 아내를 부축하며 계단을 오르다 변을 당했다. A씨의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를 탓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억울하고 황망하고 우리 아버지가 불쌍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B군이 돌을 던질 당시에 친구 1명과 함께 있었던 것을 확인하고 돌을 던진 동기 등을 조사 중이다.
형법이 정한 미성년자는 만 19세 미만이며, 이중 만 10세 이상에서 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한다. 법령에 명시된 용어는 아니지만, 촉법소년은 소년법 4조(보호의 대상과 송치 및 통고)에 따라 형벌 대신 보호 처분 대상자다. 이와 별개로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으로 구분해 보호 처분을 포함한 모든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통상 ‘범법소년(犯法少年)’이라고 불린다.
다만 민사상 책임까지 완전히 회피할 수는 없다. 민법 750조(불법행위의 내용)와 755조(책임무능력자의 감독자의 책임)에 따라 감독자인 보호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성년자가 일으킨 손해가 감독의무자의 의무 위반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2012년 6월 광주의 한 아파트 지하에 주차된 람보르기니 무르시엘라고에 당시 11세 초등학생들이 소화기를 뿌리고 차량에 올라가는 사건이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 |
법원은 부모 등 감독의무자가 미성년자의 범행을 예측할 수 있었는지, 범행을 방지하기 위한 감독 의무를 다했는지,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사건 결과 발생과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등을 살핀다. 자녀의 과거 비행 전력 등이 있을 경우, 다시 범행을 벌일 위험이 있단 사실을 부모도 인지했을 것으로 보고 책임을 적극 인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4년 3월 만 16세 고등학생이 훔친 오토바이를 몰다 경기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중상을 입힌 사건에서 법원은 보호자에게 2억 9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 고교생이 타인의 오토바이를 훔쳐 무면허운전을 하다 처벌 받은 전례가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큰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감독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반대로 보호자가 예상하기 힘든 범법 행위의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도 있다. 지난 2015년 5월 18세 청소년이 어머니가 잠든 사이 바지 주머니에 있던 오토바이 열쇠를 몰래 훔쳐 운전하다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했지만 법원은 “비행을 저지를 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뚜렷한 정황을 찾아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보호자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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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비행소년 대화 자주 나눴더라도 ‘의무 해태’
‘돌멩이 투척 사망 사건’의 경우에도 이런 사항들을 하나씩 따져야 한다. 아동학대·학교폭력 관련 손해배상 사건을 다뤄온 황태륜 변호사는 “민사 소송에선 ‘촉법소년’처럼 책임을 져야 하는 대상자를 나이로 구분하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손해배상 책임은 감독의무자에게 묻게 될 것이다. 피고 측에선 ‘최선을 다해 감독의무자의 역할을 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안이었다’고 대응하는 게 통상적인데 이 사건의 경우 사람이 숨졌다는 불법행위의 결과만으로 감독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인정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2~3월 사촌동생들에게 성폭력을 가한 만 11세 아이의 범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법원은 “각 범행 무렵 자녀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대화했다고 해도 감독 의무를 다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가 부모로서 책임능력 없는 미성년자를 감독할 법정 주의 의무를 다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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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아령 던진 아이들… 연령 낮추자는 법무부
‘미성년 범죄자’로 인한 범죄 피해, 그리고 책임을 묻는 문제는 법조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10년 넘게 꾸준히 촉법소년 폐지 또는 연령 하향을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돼 왔다.
지난 2012년 6월 광주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초등생 4명이 신차 가격 5억4000만원에 달하는 람보르기니 차량에 소화기를 분사하고 차량 위에 올라간 사건(재물손괴)이 대표적이다. 또 2015년 10월엔 경기 용인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벽돌을 던져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캣맘’을 숨지게 했고, 2018년 5월엔 7살 여아가 1.5㎏짜리 아령을 떨어뜨려 50대 여성이 갈비뼈와 쇄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이에 법무부는 촉법소년 기준을 만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한 살 낮추는 소년법 개정 등을 추진했지만 법원행정처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015년 10월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아파트 옥상에서 초등학생들이 벽돌을 떨어뜨려 길고양이 집을 짓던 50대 여성이 숨지고, 20대 남성은 두개골이 함몰되는 상해를 입었다. 경찰은 제보 전단을 만들어 벽돌을 던진 용의자를 수소문했고, 이 아파트에 사는 8~11세 초등학생들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용인서부경찰서 |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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