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독과점에 대응하는 공공배달앱이 우후죽순 생겼지만 이용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하나둘씩 고사하고 있다. 이용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결정이 낳은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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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는 2020년 12월 도입한 공공배달앱인 '일단시켜'를 지난달을 마지막으로 운영을 중단했습니다. 2021년 3월 나온 경남 거제의 '거제올거제'도 지난해를 마지막으로 서비스를 접었고 같은 해 도입된 대전 공공배달앱 '부르심'도 2년 만에 운영을 종료한 뒤 또 다른 공공배달앱인 '휘파람'과 통합했습니다.
이 밖에 부산 남구의 '어디go'와 천안의 '배달이지', 경남 진주와 통영시의 '띵동' 등이 문을 닫았습니다. 초창기 지자체마다 경쟁하듯이 도입했지만 이용자들이 급격히 줄면서 운영난을 겪고 있는 겁니다. 한때 30개 넘게 운영되던 공공배달앱 가운데 현재까지 살아남은 곳은 10개 내외에 불과합니다.
남아 있는 공공배달앱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공공배달앱 1위인 경기도의 '배달특급'의 올해 일간 이용자 수는 안드로이드 기준 1만 건 미만으로 전체 시장 점유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공배달앱 상위 3개사(배달특급·먹깨비·대구로)의 일일 이용자 수를 모두 합해도 3%입니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공배달앱 이용 실태 조사'를 보면 공공배달앱을 통한 하루 평균 주문 건수는 2.1회에 불과했습니다. 이 가운데 하루 1건 이하 주문을 받는 가맹점만 절반이 넘는 67.5%에 달합니다.
대부분의 공공배달앱들은 중개수수료와 광고비, 가입비가 없는 이른바 '3無' 정책과 제로페이, 지역상품권 결제시스템을 탑재하는 등 파격적인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지만 정작 소비자가 외면하고 있는 겁니다. 앱마다 많게는 수십억 원의 세금을 들여 운영하고 있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처럼 공공배달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체 수익이 없는 공공배달앱이 자본력과 기술력을 내세운 민간 배달앱과 경쟁을 벌이는 것도 문제지만 결국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위주의 정책 결정이 낳은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실제 공공배달앱이 내세우는 싼 중개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는 혜택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음식가격과 배달료로 지불하는 비용이 다른 민간배달앱과 다를게 없습니다. 세금을 들여 수수료를 줄인만큼 업주와 시민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야 하지만 업주에게만 이득인 겁니다. 지역화폐 할인 혜택 역시 갈수록 줄어들다보니 이용자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가 한참 적고 서비스 질도 낮은 공공배달앱을 이용할 요인이 없습니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런 공공배달앱들의 실패를 "자기 돈으로 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 설계가 이뤄지면서 수요에 대한 충분한 고민없이 그저 예산을 쓴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공무원이나 운영 임원들의 임기가 짧고 성과에 대한 평가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이러한 예산 낭비에 한몫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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