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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65세 넘어 70세까지 일할 권리를"…고령사회 일본의 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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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일본 도쿄 특수셔터 생산업체 '요코비키셔터'의 고령 근로자의 모습. /사진=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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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현상이다. 저출산은 물론 수명 연장으로 인한 자연스런 변화의 측면도 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30%에 도달한 일본은 고령 인구의 '노동력'을 헛되이 생각하지 않는다. 고령자의 일할 권리를 적극 보호하며 사회 안전망을 갖춰나가고 있다.

고령자 정년 연장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되 서두르지 않는다. '노력' 기간을 부여하며 '의무'로 전환한다. 기업에 일방적으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해 경영부담을 줄인다. 고령자는 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청년은 고령자 정년연장에 따른 취업 기회 박탈감보다는 자신도 오래 일할 수 있다는 데 공감한다.


'노력'→'부분 의무'→'전면 의무'로 사회적 준비 기간 부여

2021년 기준 일본 총 인구는 1억2535만명. 2009년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돼 2053년 이후에는 1억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9.1%로 2045년에는 36.7%까지 도달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45년 37%로 예상된다. 고령화 속도 측면에서 일본을 살펴봐야하는 이유다.

일본은 1986년부터 고령사회를 예측하고 사회적 준비를 시작했다. 당시 정부는 기업에 60세까지 정년제의 노력 의무화를 부여했다. 1990년에는 65세까지 계속고용조치의 노력 의무화를 단행한 이후 △1998년 60세 정년제 의무화 △2000년 65세까지 고연령자 고용확보조치 노력 의무화 △2013년 65세까지의 고연령자 고용확보조치 의무화 등으로 전환했다. 2021년에는 70세까지로 고연령자 취업확보조치의 노력 의무화를 실시했다.

일본 사회는 고용안정법에서 '노력 의무화'라는 준비기간을 뒀다. 대개 10년안팎 준비기간을 거친 후 법적 강제 조치인 '의무화'를 실시해 충격을 최소화한다. 2016년 법정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한 우리의 경우 고령사회 진입속도가 빨라 최근 65세 정년연장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 비춰볼 때 매우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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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가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공동취재단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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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가지 옵션, 5가지 선택권'으로 기업의 의사결정 보장

고령자 고용 방식도 다양하다. 일본 기업은 현행 법상 65세까지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기업은 △65세까지의 정년 연장 △65세까지의 계속고용제도 도입 △정년 폐지의 3가지 선택권이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65세까지의 고령자 고용확보 조치를 실시한 기업은 99.9%다. 이 중 △정년폐지는 3.9% △정년연장은 25.5% △계속고용제도 도입은 70.6%다. 301인 이상 대기업은 계속고용제도 도입이 83.3%로 가장 높고 정년연장 16.1%, 정년폐지 0.6% 순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정년연장이 26.2%, 정년폐지가 4.2%로 대기업보다 높다.

70세까지 고용확보조치는 아직 '노력 의무화' 단계지만 기업의 선택권이 5개로 늘어난다. 기존 3가지 방법 이외에 △고령자가 희망할 경우 70세까지 계속해서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하는 제도 도입 △사업주가 스스로 실시하는 사회공헌 사업, 사업주가 위탁·출자하는 단체가 실시하는 사회공헌 사업에 종사 하는 경우로 선택권을 넓혔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년 연장을 강요하기보다는 최대한 기업의 선택권을 보장해 경영 부담을 줄이고 고령자 고용의 안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슈쿠리 아키히로 일본 후생노동성 고령자 고용대책과장은 지난 15일 도쿄 후생노동성에서 "일본은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일할 의욕을 가진 고령자가 연령과 관계없이 계속 일할 수 있는 사회를 '평생 현역 사회'라고 말하는데, 이것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업 생존 위한 민간의 선택과 정부의 지원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고령·장애·구직자 고용지원기구(JEED)는 65세 초과 고용추진조성금을 운용한다. '65세 초과 계속고용촉진 코스'는 정년연장이나 정년 폐지로 취업규칙을 변경한 기업을 대상으로 인센티브 형식으로 최대 160만엔의 정부 지원금을 지급한다. 고령자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근로자 1인당 48만엔을 지원한다.

특히 JEED는 사회보험노무사, 중소기업진단사 등의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를 70세 고용추진 플래너·어드바이저로 위촉해 기업 상대 컨설팅을 지원한다. 플래너·어드바이저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맞춤형' 정년 연장·폐지, 계속고용제도 도입 방법을 소개한다.

기업도 '생존' 차원에서 고령자 고용을 적극 고려한다. 일본의 중소기업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 갈수록 숙련공을 구하기 어렵고 청년은 중소기업을 기피하다보니 기술 노하우 이전 문제도 발생한다.

일본 중소기업가동우회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 기업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인당 일자리 개수를 비율로 나타낸 수치)은 2020년 8.62배, 2021년 3.40배, 작년 5.28배, 올해 5.31배로 집계됐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정년 연장과 폐지를 도입한 비율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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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RENGO) 관계자가 지난 16일 고용노동부 공동 취재단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조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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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줄 때'

일본은 '직책 정년제'가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일정 시기가 되면 부장 직급에서 스스로 내려온다는 의미다. 일본의 임금 체계가 기본급+직무급+기타 수당 등으로 구성돼 있는만큼 직급에서 물러나면 직무급을 받지 못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임금이 깎이는 구조다. 아울러 일본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법제화 돼 있어 직무급을 제외한 임금의 삭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직급이 없어진 이후는 후배 양성에 일조한다. 주로 노하우를 전수하는 업무나 신입직원 교육 업무에 종사한다. 새롭게 승진한 후배의 지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자리로 이동시켜 인사관리의 문제 발생 소지도 적다. 청년층도 고령자 고용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 청년층도 감소 추세라 고령자 고용정책이 청년 취업 기회 박탈로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고령화 고용 확대에 따른 청년층 고용 감소는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고용 기간 연장이 청년에게도 유리하다는 사회적 인식도 있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인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렌고·RENGO) 사이토 료 국제종합국장은 지난 16일 도쿄 사무실에서 "일본에서 청년층이 고령자 고용 확보조치에 대해 자신들이 취직할 기회가 박탈된다거나 좋은 일자리가 박탈된다는 목소리는 거의 전혀 없다"며 "70세까지 자신들도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고령자 고용확대 방향이 과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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