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커뮤니티 음란죄 적용 가능성 낮아
고려대 "학생 자치공간...대응 안 한다"
20일 고려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성관계 영상이 올라왔다가 삭제돼 논란이 일었다. 21일 오후 기준 '고파스' 실시간 검색어 창(화면 오른쪽)에는 여전히 관련 단어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파스' 캡처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고려대 재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관계 영상이 게재됐다는 이유로 사이트가 신고되면서 한때 접속이 막히는 일이 발생했다.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2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전날 오후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 남녀 성관계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 게시자인 남학생은 상대방인 여성 후배의 동의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익명 회원은 댓글 창을 통해 유사한 영상을 재차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본 한 학생이 게시물을 통신매체이용음란죄로 신고하면서 사이트 접속이 차단됐다. 21일 오후 사이트는 정상 운영 중이고, 해당 글은 삭제됐다.
하지만 교내 커뮤니티에 성관계 영상이 버젓이 올라오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게시자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한 뒤 영상을 올렸다고 주장하면서 불법촬영 혐의 등으로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불법 음란 사이트가 아닌 교내 커뮤니티에 게재된 영상인 만큼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적용 가능성도 낮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당 영상이 불법촬영물인 경우 게시자가 성폭력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여성이 촬영에 동의하지 않았거나, 촬영에 동의했더라도 유포에 동의하지 않았는데 영상을 유포한 경우에도 불법촬영 범죄에 해당한다. 다만 여성이 촬영과 유포에 동의했을 경우 처벌 가능성이 낮다.
이승혜 성범죄 전문 변호사는 "영상이 불법촬영물인지, 여성이 범죄 피해자는 아닌지 확인되기도 전에 영상을 '음란물'로 상정하는 건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며 "영상에 등장한 여성이 촬영·유포까지 정말로 동의한 건지를 확인해 범죄 유무를 판단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여성의 얼굴이 남성에 비해 많이 노출된 영상이라면 게시를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불법촬영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해당 영상을 본 것만으로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 현행법상 불법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 또는 시청한 자들 모두 처벌 대상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불법촬영물 사이트가 아니라 재학생 커뮤니티라는 점에서 특수성이 있다. 이 변호사는 "학교 커뮤니티를 사용하던 대학생들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영상을 접하게 된 경우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럴 경우 처벌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고려대 관계자는 "고파스는 학생자치공간으로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며 "학교 차원에서 별다른 대응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