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향년 90세로 사망한 23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신촌장례식장에 빈소가 마련돼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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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1월 23일 '전(前) 대통령' 전두환이 끝내 5·18 유족들에 대한 사과 없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90세.
12·12 군사 반란을 통해 정국을 장악하고, 계엄령을 선포한 전씨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유혈 진압했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5·18 당시 시민들에게 가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란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980년대 경제 성장과 물가 안정을 이뤄내 '경제 대통령'이란 별칭을 얻기도 했으나, 전씨의 빈소는 쓸쓸했다. 한 달 먼저 세상을 떠난 노태우 전 대통령 때와 달리 당시 여야 대선 주자와 당 대표 모두 전씨를 조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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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존중한다"면서도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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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씨가 재판을 받은 후 광주 동구 광주지방법원에서 나가고 있다 . 프리랜서 장정필 /사진=광주=홍봉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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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전씨를 주축으로 한 하나회는 10·26 사건으로 시국이 혼란해지자 수습을 명목으로 비상계엄을 전국 확대했다. 이때 학생 및 정치인, 재야인사 등 총 2699명이 구금됐고, 광주에서는 이에 대항하고자 5·18 민주화운동이 펼쳐졌다.
전씨는 이를 유혈 진압했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가 2005년 내놓은 통계에 따르면, 5·18로 인한 사망자는 606명에 달한다. 하지만 전씨는 사과하지 않았다. 1988년 11월 23일 백담사로 '정치적 유배'를 갔을 때도 그는 5·18 유혈 사태와 관련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전씨는 "(12·12와 5·18)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을 다했으나,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특별법까지 제정해 재조사한다니 응할 이유가 없다. 법을 존중하기 위해 사법부의 조처만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7) 전 대통령이 광주법정에 출석한 11일 오후 광주법원 앞에서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전두환씨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전씨는 지난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피해자인 고(故)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5·18 피고인 신분으로 23년 만에 다시 법정에 선다. /사진=광주=홍봉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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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2017년 발간한 회고록에서 전씨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군부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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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는 사과했는데…끝까지 "발포명령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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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왼쪽엔 문재인 대통령의 근조화환이 오른쪽에는 12대 대통령을 지낸 전두환씨의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2021.10.27/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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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은 전씨와 같은 해 10월 26일 세상을 떠났다. 당시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노 전 대통령의 상가를 조문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최소한의 예의"라며 빈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은 전씨와 같은 하나회 출신이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전씨와 달랐다. 2019년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씨는 5·18과 관련해 사과의 뜻을 밝혔다.
13대 대통령을 지낸 노태우씨 빈소가 차려진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아들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조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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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그는 라디오에 출연해 "치유와 화해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100번이고 1000번이고 사과를 해야 되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일어나지 말아야 될 5·18과 관련해 항상 마음의 큰 짐을 가지고 계셨다"고 밝혔다.
반면 전씨의 측근인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씨가) 5·18 피해자 유족에게 따로 남긴 말은 없느냐'는 질문을 받고 "어떤 부대에 어떻게 지휘했는지 사실이냐 아니냐를 먼저 따져야지 무조건 사죄하라는 것은 잘못됐다"며 "발포명령은 있지도 않았다. 보안 사령관이 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초라한 권력"→"광주의 학살자"…전두환에 쏟아진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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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전광판에 전 전 대통령의 사진이 나오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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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 사망 후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도 그를 '독재자'라 칭하며 일생을 조명했다.
프랑스 기반의 뉴스통신사 AFP는 전두환 부고기사를 '한국의 전(前) 독재자: 광주의 학살자'라는 제목으로 내보냈다. 뉴욕타임스(NYT)도 웹사이트에 '한국의 전 군사독재자 전두환 90세로 사망' 기사를 표출했다.
정치권 역시 비판 일색이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광주의 수많은 죽음에 대한 아픔과 서러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전두환이 죽었다고 진실까지 묻을 수는 없다"고 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전두환씨 사망'이라는 기사를 인용한 후 "그렇게 무시무시했던 권력도 결국 저렇게 초라하고 비루한 것을 무슨 욕심으로…"라고 썼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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