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성악 입시 강습 중 “성 경험이 있어야 고음을 잘 내고, 그래야 대학을 갈 수 있다”며 제자를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의혹을 받아온 강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구미옥 부장검사)가 지난 7일 성악 입시 강습 중 제자를 상대로 성폭력을 반복해 온 혐의(강제추행·유사강간)로 성악가 겸 입시 강사 A씨를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A씨는 2013년 7월부터 약 6개월 간 제자 B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A씨의 강제 추행은 매 수업마다 반복됐다. 처음엔 “가슴 울림을 체크해야 한다”며 가슴 등 부위를 만졌다고 한다. 이후 수능과 실기 시험이 다가오자 A씨의 추행은 더 노골적으로 변했다고 피해자 측은 전했다. “성감대를 알려주고 싶다. 한 번만 직접 만져보면 안 되겠냐”고 요구하거나, B씨가 거절하자 “힘을 줘야 하는 부분을 모르기 때문에 대학에 계속 떨어지는 것이다. 노래가 늘지 않는다”며 가스라이팅했고, 결국 위력에 의한 유사강간까지 저질렀다는 것이다.
성악 입시 강사 A씨로부터 강제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메시지. 사진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B씨는 중앙일보와 만나 “당시 반드시 대학을 가야 한다는 절박함 속 입시 강사는 동아줄 같은 존재였다. 더구나 성악계의 엄격한 위계와 폐쇄성 때문에 성적자기결정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없었다”며 “사건의 공소시효가 끝나기 전 A씨가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마음에 이제야 용기를 내 고소했다”고 말했다. 성추행과 유사강간 등 성범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A씨로부터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피해자만 5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제자였던 C씨 역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4년에 걸쳐 강제추행, 유사강간, 약 20회의 강간 피해를 보았다며 지난 6월 서울 성북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수능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2013년 10월 “성관계를 해야 집중이 더 잘 되고 노래가 더 잘 된다”며 힘으로 제압하는 등 C씨를 20여 차례 강간했다. 모든 수업이 1:1로 진행되며, 방음벽 때문에 외부와 철저히 차단된 개인 강습 공간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C씨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문도 다 잠갔는데 거절하면 죽임을 당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C씨는 “당시엔 수험생으로서 입시에 대한 중압감도 있었고 A씨의 아내가 유명한 성악과 교수이기 때문에 A씨에게 잘못 보이면 입시에 불이익이 미칠까봐 법적 조치를 생각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부지검은 지난 17일 C씨에 대한 성폭행 부분에 대해선 “고소인이 항거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 측은 조만간 검찰에 항고할 예정이다.
성악 입시 강습 중 강간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C씨가 피해 당일 작성한 일기. ″레슨 갔다와서 너무 혼란스럽다. 무슨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건지 실감이 안 나고 생각하기도 싫다″고 적혀있다. 사진 독자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피해자들은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고통 속에 살고 있다. B씨와 C씨 모두 성폭력 피해 이후 성악가로서의 꿈을 포기했다. B씨는 대학교 성악과에 진학한 후에도 끊임없이 A씨와 얽히고, 음악계에 소문이 잘못 날 것이 두려워 대학교 2학년 때 자퇴를 결정했다. 강간 피해를 호소하는 C씨는 A씨에게 강습을 받는 도중 통증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고, 2016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며 정신병원 보호병동에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A씨는 한때 국내 5대 오페라단 중 하나인 유명 오페라단 소속 성악가였다. 유명 소프라노 겸 성악과 교수 D씨와 성악과 부부로 유명했다. 본지는 A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