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장을 뜨겁게 달군 ‘공매도 금지’가 카카오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공매도한 주식을 되갚기 위해 매수하는 ‘숏커버링’이 나오며 외국인과 기관 수급이 몰렸다는 진단이다. 그 외 시장 전망치 대비 양호한 3분기 실적과 역사적 저점에 머무는 주가 매력도 외국인과 기관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로 인해 외면하는 모습이다.
11월 들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카카오 주식을 연일 사들이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가 이어지는 것과 상반된 분위기다. (연합뉴스) |
숏커버링 물량 몰리며 주가 반등
하락한 주가·양호한 실적 ‘好好’
11월 카카오 주가의 강한 반등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이끌었다. 11월 1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은 1034억원어치, 기관은 1574억원어치 카카오 주식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같은 기간 254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기관 투자자가 카카오보다 많이 사들인 주식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 종목 중에서도 카카오는 7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지난 11월 6일부터 시행된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외국인과 기관의 숏커버링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공매도는 외국인과 기관의 무대였다는 점에서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이들이 카카오 주식을 대거 사들였을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카카오의 공매도 잔고는 빠르게 줄고 있다. 공매도 금지 시행 직전인 지난 11월 3일 카카오의 공매도 잔고는 1219억원에서 11월 23일 527억원까지 줄어들었다.
그 외 다양한 요인이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최근 금리가 고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성장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큰 폭 둔화하며 금리 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는 중이다. 미국의 10월 CPI는 전년 대비 3.2% 상승해 시장 예상치(3.3%)를 밑돌았으며, 근원 CPI도 전년 대비 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 예상치(4.1%)보다 낮은 수치를 보였다.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성장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2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비교적 낮게 형성된 주가도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카카오 주가는 2021년부터 내리막을 걸으며 2021년 17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10월 27일 3만7300원까지 내려왔다. 52주 신저가다. 한때 네이버와 시가총액 3위를 두고 겨뤘지만, 11월 23일 종가(5만300원) 기준 시총은 22조3581억원으로 14위까지 처진 상황이다. 그러나 주가가 빠진 만큼 상승 여력은 크다는 진단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가 제시한 카카오 목표주가 평균치는 6만1870원. 11월 23일 종가 대비 20% 이상 상승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양호한 3분기 실적까지 보태지며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카카오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2조1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지난 11월 9일 공시했다. 영업이익은 7% 감소한 1403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장 전망치(1295억원)를 웃돌았다. 톡비즈(카카오톡 부문 사업) 매출이 11% 오르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했고, 뮤직 부문을 중심으로 게임을 제외한 콘텐츠 사업이 50%대 성장률을 보이며 양호한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투자자는 주가수익비율(PER)이 30배까지 하락한 역사적 저점에서 분할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라며 “3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10% 이상 웃돌며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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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이틀 빼고 팔아치운 개인
국내선 사법 리스크에 ‘벌벌’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연일 카카오 주식을 팔아치우며 외국인·기관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1월 들어 개인 투자자는 2거래일을 제외하고 카카오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카카오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판단한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며 카카오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 11월 15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주식의 시세 조종에 관여한 혐의를 적용해 김 센터장과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 김성수·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법무법인 변호사 2인 등 총 6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모두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전 당시 경쟁자였던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의혹이다. 또, 당시 사모펀드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황에서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주식 대량 보유 보고 의무를 어긴 혐의도 받는다.
카카오 주주들에게 가장 큰 우려는 최악의 경우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 2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은행 대주주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 공정거래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비금융회사의 인터넷은행 지분 한도는 의결권 기준 10%인데, 카카오 법인이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10%를 제외한 나머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 조작 혐의와 관련된 사법 리스크가 카카오의 최대 위험 요소”라며 “일부 계열사를 매각할 가능성이 있고, 중대한 경영 의사 결정이 지연되거나 중단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 외 과제도 여럿이다. 카카오가 카카오톡 외 새로운 플랫폼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성장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거시경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지적된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디스플레이 광고(DA) 회복과 선물하기 거래액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물가와 경기 안정으로 소비자의 소비력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며 “회사가 신사업으로 꼽은 엔터테인먼트와 헬스케어 사업 중심의 해외 진출 성과도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 실적과 주가 회복 시점으로는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의 내년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244억원. 2분기(1508억원), 3분기(1630억원), 4분기(1669억원)로 갈수록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미 주가 수준이 많이 낮아진 상태기 때문에 추가 하락보다는 상승을 예상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내수 경기 회복이 쉽지 않겠지만, 하반기부터는 경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본격적인 성장과 주가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36호 (2023.11.29~2023.12.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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